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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폐자원에 새 생명 불어넣는 디자이너… "예쁜 제품에 친환경 입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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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업사이클링 브랜드 '업모스트' 황보미 대표
섬유산업연 공모전 입상 계기로 유학길… 세계 3대 디자인스쿨서 두각
한국 돌아와 '나만의 디자인'하려 창업… "경쟁상대는 쟁쟁한 패션기업"
내달 프랑스 박람회 참가… "내년엔 세계박람회 단독진출 목표" 자신감
[오늘의 DT인] 폐자원에 새 생명 불어넣는 디자이너… "예쁜 제품에 친환경 입혔죠"
황보미 업모스트 대표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소비자는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예쁘고 실용적인데 '친환경'이라는 가치까지 더해져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버려진 비닐과 플라스틱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새활용(업사이클링)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업모스트의 황보미(34·사진) 대표는 27일 "공정의 100%를 친환경으로 하는 제품이나, 환경을 더 깨끗하고 좋게 변화시키는 제품을 만들기는 어렵다"면서 "그렇지만 환경에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소비로 연결한다는 철학이 담긴 브랜드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은 자원이나 제품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발전적인 친환경 산업을 뜻한다.

'업사이클'(Upcycle)이라는 용어는 1994년 독일의 디자이너인 리너 필츠가 언론 인터뷰에서 '낡은 제품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데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초창기 업사이클링은 현수막이나 낡은 옷 등을 장바구니, 소품 등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1차 가공 방식이 많았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폐자재 등을 원료로 하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는 한 차원 높은 업사이클링 새내기 기업들이 등장해 성장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커지면서 꼭 필요한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황 대표가 설립한 업모스트도 3년차 업사이클링 새내기 기업이지만, 국내에서나 해외에서 차근차근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황 대표가 처음부터 업사이클링 창업에 도전했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금속과 섬유 등 미술을 전공한 황 대표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주최한 공모전 입상을 계기로 디자인 공부에 더 매진하고자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세계 3대 디자인스쿨로 꼽히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3년 간 공부를 한 황 대표는 졸업 전시회를 계기로 '친환경'에 꽂혔다.

[오늘의 DT인] 폐자원에 새 생명 불어넣는 디자이너… "예쁜 제품에 친환경 입혔죠"
황 대표는 "영국의 디자인 교육은 실험적 재료를 사용한 실험적 디자인을 선호한다"면서 "졸업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패트병을 실처럼 가늘게 잘라 섬유와 엮거나 울 소재와 접목해 '네팅 플라스틱' 섬유를 만들어 출품했는데 지속가능한 섬유 부분 우수상을 수상했다. '바로 이거야'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졸업 작품으로 영국에서 주목해야 할 졸업생 24인과 런던 베스트 디자이너 4인으로 선정이 되면서 여러 기업으로부터 러브콜도 받았다.

자신감을 얻은 황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대기업 디자이너 입사나 유망 벤처·스타트업 디자인 기획 등 진로를 고민했으나 친환경 브랜드인 '업모스트'를 창업하는 길을 택했다. 황 대표는 "영국 디자인 스쿨의 교수님으로부터 '너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고 나만의 디자인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서 "친환경 벤처·스타트업 기업과 브랜드 기획을 논의하던 중 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렇다면 내가 직접 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창업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2021년 7월 창업한 황 대표는 "그때만 해도 업사이클링에 대한 사회적 기반이 없어 사업자등록을 하려는데 정확한 카테고리가 헷갈릴 정도였다"면서 "폐자재를 구할 수 있는 유통경로도 많지 않아 직접 분리수거장에 찾아가 비닐과 플라스틱을 골라와야 했다. 원칙적으로는 재활용 전문업체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다행히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가 많이 완화돼 조금씩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플라스틱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글로시'(반짝거림)하면서도 다양한 패턴의 디자인이 가능한 폐플라스틱 섬유를 개발해 가방, 모자와 액세사리, 조명, 테이블웨어 등 패션 상품을 제작했다. 황 대표가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제품군이자 업모스트의 시그니처인 조명은 빛을 받는 각도나 빛의 세기에 따라 색감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플라스틱 소재의 특성이 잘 살아 있다. 황 대표는 "완성된 제품만 보신 소비자들이 폐플라스틱이나 비닐로 만들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일부러 '재활용'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홍보용 상품을 만들어서 전시하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황 대표의 경쟁 상대는 사실 같은 친환경 기업군이 아니라 쟁쟁한 패션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황 대표는 "아무래도 가방이나 조명같은 상품은 '친환경'이라는 것만 내세워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일부 업사이클링 기업의 대표들은 환경운동가와 같은 마음으로 기업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제품 경쟁력의 기본은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친환경 소재뿐 아니라 디자인 경쟁력도 인정받아 9월 중 프랑스에서 열리는 대규모 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13개 기업이 선정됐는데 3년 차 기업인 업모스트가 함께 하게 됐다. 황 대표는 "내년에는 세계 박람회에 단독 진출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우뚝 서는 게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황 대표는 대학 등에서 친환경 소재와 관련한 특강과 강의도 진행하고,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 학생들을 인턴으로 받아 디자인의 A부터 Z까지 알려주고 있다.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해주니 학생들이 훨씬 공감하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교수님들처럼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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