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신경과학자에서 융합R&D 전문가로..."융합은 스킨십부터...연구자 잇는 징검다리 되고파"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임혜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미래융합전략센터장

신경과학자에서 융합R&D 전문가로..."융합은 스킨십부터...연구자 잇는 징검다리 되고파"
임혜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 이슬기기자 9904sul@

"뇌과학이야말로 융합과학 그 자체지요. 무게 1.5㎏의 뇌에 담긴 신비를 밝히기 위해 심리학부터 기계, 화학, 물리학까지 모든 학문이 총동원되니까요."

임혜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미래융합전략센터장(61, 사진)은 "실제로 살아있는 뇌 속 신경세포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신비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다"면서 "쥐의 뇌 뉴런에 약한 전기신호를 주면 그 영향으로 뉴런과 전극 간에 신호가 오가면서 뉴런의 막에 전압 변화가 일어나는 게 보인다. 뇌세포에서 전기신호가 심장 박동처럼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화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뇌과학의 한 분야인 신경생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작은 화학물질이 뇌에서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주관하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전공을 결정했다"는 임 소장은 "박사과정 당시 매일 생쥐의 살아있는 뇌를 잘게 자른 절편에서 전기신호를 측정하는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신경전달물질은 뇌세포의 말단인 시냅스에서 나오고 재흡수되면서 균형을 맞춘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중독, 우울증, 치매, 파킨슨 같은 문제로 이어진다. 갑상선 호르몬의 농도가 약간만 달라져도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각각의 신경전달물질은 종류에 따라 분비되는 뇌세포가 다르고 세포 막을 뚫고 들어가는 통로(수용체)도 각각 따로 있다.

귀국 후에는 국내 대표적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IST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해 왔다. 한국연구재단 뇌·첨단의공학단장, KIST 신경과학연구단장, 대외협력본부장 등을 거쳐 올해 2월부터 미래융합전략센터장을 맡고 있다. 한국뇌신경과학회장과 한국뇌연구협회장을 지낸 임 소장은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이사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여성 과학기술인 간의 소통과 네트워킹 활동도 활발하게 펴고 있다. 총 211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54건의 등록특허를 갖고 있는 그는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2007년 과학의날 대통령 표창, 2016년 과학기술포장을 받았다.

임 소장은 "뇌를 연구하다 보면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약간만 깨져도 우울증이나 질병으로 이어질 정도로 인간이 매우 나약한 존재임을 실감하게 된다. 작은 분자 하나가 우리 감정을 엄청나게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융합전략센터는 KIST에 위치해 있지만 융합연구 비전과 로드맵 수립, 정책 기획, 사업 수행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융합정책을 뒷받침하는 조직이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수시로 등장하는 전염병, 대규모 재해·재난, 식량·에너지 부족 같은 인류 난제를 풀려면 융합연구가 필수다. 급속도로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도 융합연구의 파괴력을 더한다. 연구자들은 더 나은 미래를 열기 위해 분야간 경계를 허문 융합연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정부R&D에서 융합R&D가 차지하는 비중은 19% 내외로, 2022년 기준 5조6287억원이 투입됐다. 그중 가장 비중이 큰 부처가 과기정통부다.

임 소장은 융합R&D의 방향성에 대해 "공학과 이학, 인문학을 단순히 합치는 게 아니라 바이오든, 환경이든, 에너지든 서로 다른 기술을 섞어서 혁신적 기술로 만들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를 준비해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융합의 개념은 일반화됐지만 여전히 어렵고 도전적인 분야인 만큼 이를 촉진하고 지원해 성과가 나오도록 토대를 다져주는 지원 플랫폼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연구과제를 기획해서 공고하면 연구자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려는 경향이 있는 만큼 서로 다른 분야 기술이 융합된 연구가 이뤄지려면 그들이 같이 할 수 있게 판을 잘 깔아주는 게 중요하다는 게 임 소장의 생각이다.

신경과학자에서 융합R&D 전문가로..."융합은 스킨십부터...연구자 잇는 징검다리 되고파"
"연구과제 공고가 나온 후에야 그에 맞춰 급하게 융합연구 팀이 꾸려지면 성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구자들이 평소에 만나서 대화하고 협업하는 장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융합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임 소장은 "과학과 연구, 정책을 다 아는 만큼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융합연구를 위한 징검다리이자 정책적 지원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KIST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내면서 글로벌 협력에도 익숙한 만큼 국내외 연구자들이 스킨십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려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글로벌 융합연구로 이어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