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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식언특권 행세하는 민주당, 제 발등 찍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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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 앞에서만 무너진 野 주권·인권·환경 잣대
티베트 인권탄압 옛일? 불교계 반발에만 사과
천안함부터 사드까지 괴담정치 공식사과 全無
"결정적 변화" "사돈남말" 與 갈팡질팡 연설
親尹핵심의 좌파 닮은 좌표찍기, 고소득 혐오까지
[한기호의 정치박박] 식언특권 행세하는 민주당, 제 발등 찍는 여당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17일 중국 티베트 라싸에서 열린 제5회 티베트 관광문화국제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도 의원을 비롯한 박정·김철민·유동수·김병주·민병덕·신현영 등 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은 박람회 참석을 위해 16일 저녁 티베트 라싸에 도착했다.<연합뉴스>

여야 모두 '표 떨어지는' 정치가 일상화했다. 그 중에서도 단독 국회 과반권력의 더불어민주당은 표보다 '끈 떨어지는' 게 더 두려워 보인다. 북한·중국 눈치보기가 선을 한참 넘었다. 월초부터 대한민국 국민 대표성과 정체성에 금이 간 사건이 꼬리를 물어도 '당 공식입장'으로 수습한 사례가 놀라울 정도로 드물다. '미(美)패권의 천안함 자폭조작'과 '천안함장이 부하 다 죽여놓고' 망언, 주한중국대사가 제1야당 대표를 불러낸 자리에서 쏟아낸 15분간 주재국 비난과 '중국 베팅' 겁박이 대표적이다.

그 이후는 한층 가관이다. 중국대사 내정간섭 직후 두자릿수에 이른 '국회의원 읍소 방중', 중공에서 강제병합한 티베트 '들러리 방문'과 '인권탄압은 70년 전의 일' 발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연간 방류 계획량 48배'로 알려진 중국 원전 55기의 서해 삼중수소수 배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판명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전자파 '괴담'까지. 보수정부, 일본·미국에 날카롭게 요구하던 주권·인권·환경 잣대가 북·중 앞에 전부 뒤집혀 논란이 돼도 전부 식언(食言)한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을 우려먹는 것만으로 모자랐는지 제3의 '식언 특권'이라도 누리겠단 태도다. 민주당의 '문화교류 방중단'은 지난 17일 티베트 인권탄압 무마 우려로 서방에선 일체 불참한 제5회 티베트관광문화제국제박람회에서 한국을 대표한다며 축사했다. 대표자인 도종환 의원은 현지 한국 취재진의 우려섞인 질문에 "부정여론을 만들려는 것이냐"고 몰아세웠고, 귀국 후 19일 SBS라디오에선 티베트 강제병합과 봉기 유혈진압을 "1951년, 1959년에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언론 등에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큰소리 치던 민주당은 21일 이례적으로 '신도 1200만명' 대한불교조계종의 중앙종회로부터 "티베트의 인권 탄압 문제는 1959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티베트인들에게 사과하고 한국 불자들에게도 해명하라"는 역풍을 맞았다. 한국 불교계는 '대승불교'로 궤를 같이 하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방한을 추진하는 등 독립운동을 성원해왔다. 민주당은 '움찔'했지만 22일 방중단 의원 명의 성명으로 "불자들께 죄송하다"고 하는 데 그쳤다.

사드 전자파 괴담에도 일관된 무책임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일 주문진 좌판풍물시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당의 입장을 환경영향평가 필요론으로 축소하며 "안전하다고 나왔으니 다행"이라고만 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동원된 '성주 괴담송', '읍소 방중단' 논란엔 함구했다. 한·미 정부가 중국·러시아 반대 속 사드 도입을 결정한 달(2016년 7월) 성남시장이던 자신도 SNS에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괴담 시동을 걸었지만 사과 없이 '유체이탈'했다.

보수여당은 자기모순이 깊어지는 데다 여전히 설익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20일 교섭단체대표연설 제목은 "결정적 변화"였지만 실제 '변함없는 정쟁'이 전개됐다. 어려운 '가족 돌봄 청년' 문제를 환기시키고 "우리 정치는 이 청년들에게 무슨 답을 주고 있을까", "권력 다툼하는 일에만 빠져있는 것 아닌가"라며 문제 해결의 정치를 촉구한 연설 초입은 기대할 만했다. 하지만 그 전날(19일) 민주당 이 대표의 연설을 "동의하기 힘든 장황한 궤변"으로 곧장 저격하며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연설문에선 "보수가 이끄는 결정적 변화"에 힘을 줬고 민주당 공격 전 "정상화를 기다리겠다"는 말을 앞세웠지만 실제 연설은 총격전같았다. 수시로 목소리를 높이던 김기현 대표의 목은 초반에 쉬었고, 민주당 측은 반말과 고성 섞인 연설방해로 일관했다. 서로 준비된 정쟁, 요식행위를 즐기는 듯했다. 김 대표가 "의원 숫자가 10% 줄어도 국회는 잘 돌아간다", "(국회가) 엉뚱한 정쟁 유발, 포퓰리즘에 골몰한다"고 무게를 실을 때 "대통령 퇴진"을 외친 민주당 의원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 골계스러웠다.

김 대표도 "사돈남말(사법리스크·돈봉투 비리·남탓 전문·말로만 특권포기)"이란 급조어에 잔뜩 힘을 줬다. 21일 편집인협회 초청 토론에서 그는 '선거 연설같은 하이톤이 의도된 거냐'는 질문에 "이 대표 연설을 보고 준비한 연설문 30~40%를 그날 오후 고쳤다"며 "'사돈남말' 용어도 새로 만들어 넣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당초 보름 넘게 연설문을 준비했다는 후문이지만, 결국 "5포 정권" "압구정(압수수색·구속기소·정쟁) 정권" 비아냥을 못 참아 원고 3분의1 이상을 갈아엎고 즉흥 대응했단 것이다.

직접 싸우는 여당 대표로 각인되는 게 소위 윤심(尹心)에 가까웠을지, 김 대표 자신에게 정치적 득점이 될지 구제척으로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막판에 기존 정쟁 공식을 되풀이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국민의 관심도 반복된 내정갈등보단 국내 10만 중국인 지방선거 투표권 제한 주장으로 쏠린 분위기다. 싱하이밍 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발언 생중계를 국민 과반이 문제시한 데다, 민주당의 구체적 입장표명도 꺼리는만큼 여당이 천착할 유인 역시 크겠다. "변화"란 구호는 꺼내느니만 못한 게 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달 앞두고 돌연 확산된 '교과영역 내 출제(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놓고도 여권은 제 발등을 찍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교육부 장관이 부분 발설했다가 바로잡는다며 진을 빼다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뒤늦게 명분으로 세우지만 일주일 넘도록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평가원, 교육부 감사도 사전 논거가 아니라 뒤따른 얘기다. 갑자기 특정 학원의 강사진 고액연봉과 사생활을 들추며 눈을 돌리는데, 문재인 정권 때 그렇게 성토하던 '좌표찍기'를 닮은 정치술이라 묘하다.

윤심에 가장 가깝다는 정치인은 '보수 X맨'같은 언사까지 쏟아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1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초과이윤이 있을 때는 문제"라며 "교육시장 공급자인 일부 강사들 연수입이 100억~200억원 가는 게 공정한 시장가격이라고 볼 수 없다",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아주는 게 정부가 당연히 할 일"이라고도 했다. '가진 자 혐오'를 득표 수단화하거나 대기업, 시중은행, 정유사, 주택 재건축을 놓고 '초과이익환수, 횡재세' 깃발을 먼저 들던 민주당과 차이를 느끼기가 어렵다.

'선명성'을 기대한 우파 지지층이 아연실색하는 대목이다. 입시 공략 강사들의 활동이 '사기' '탈세'와 같은 범죄로 규명 또는 규정되기라도 했나. 그들이 '사업자이든 노동자이든', '얼마를 벌든' 시장가격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선택이 수렴한 결과이지 정부와 정치인이 당·부당을 판단할 일이 아니다.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들었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방송에서 라면값 인하를 요구한 일도 스친다. 대통령의 인생책이라는 '선택할 자유'를 쓴 밀튼 프리드먼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식언특권 행세하는 민주당, 제 발등 찍는 여당
주한미군 사드 배치 반대활동 단체인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의 페이스북 계정 게시물 갈무리

[한기호의 정치박박] 식언특권 행세하는 민주당, 제 발등 찍는 여당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철규(가운데)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 뒷편은 윤재옥 원내대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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