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매출실적 상위 100대 코스피 상장사의 최근 5년간 자사주 취득·처분·활용 동향 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우려를 밝혔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배당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자사주 취득이 허용된 이후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자사주를 요긴하게 활용해왔다. 조사기업 100곳 중 86곳이 자사주를 갖고 있으며 금액으로는 31조5747억원에 달했다. 자사주 지분은 평균 4.96%로 코스피 평균 4.36%보다 0.6%포인트 높았다.
2018년 이후 5년간 이들 기업은 총 56건의 자사주 취득예정 공시를 했다. 공시에 밝힌 자사주 취득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가 37건(66.1%)으로 가장 높고, '임직원의 임금·성과 보상' 11건(19.6%), '이익 소각' 6건(10.7%), '우리사주조합 등의 출연' 2건(3.6%) 순이었다.
자사주 처분예정 공시는 지난 5년간 105건이며, 주주환원정책이 확산된 최근 2년(2021~2022년)에 처분 공시가 집중돼 있다. 자사주 처분 목적의 57.1%(60건)가 '임직원의 임금·성과 보상'이었다. '타법인이나 외부와의 전략적 제휴'(13.3%·14건)가 뒤를 이었고 '우리사주조합 등의 출연' '인수·분할·합병 관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자사주의 처분'이 각 6.7%(7건)이었다.
전경련이 기업의 연도별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자사주 소각 실적을 조사한 결과 2018년 이후 지난 19일까지 총 29건, 금액으로는 13조2430억원에 달했다. 이 중 2018년 삼성전자 7조1000억원 소각, 2021년 SK텔레콤 1조9000억원 소각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미 9667억원(6건)이 소각돼 지난해 한 해 1조1286억원(6건)의 85.7%에 육박한다.
최근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금융위원회도 올해 1월 업무보고를 통해 자사주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경련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할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글로벌 경쟁기업이 보유한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이 불허된 상황에 자사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미 기업들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실에 맞는 자사주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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