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으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자녀 사태에 대해 정치권이 진상규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관련 현안 질의와 청문회가 추진되고 있고, 특히 학교폭력 방지법 발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학폭 이슈가 터질 때만 '반짝 주목'을 한 뒤, 시간이 지나 대중들의 관심이 식으면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뒤, 국민의힘을 향해 지난 21일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청문회 참석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정순신 자녀 학교 폭력 사건은 단순히 학생 간 다툼과 괴롭힘이 아니다. 1차 가해는 아들이 주먹보다 날카로운 언어폭력을 일삼았고, 2차 가해는 칼보다 날카로운 법으로 검사 아빠가 무참히 자행했다"며 "청문회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위법적인 문제가 없는 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끝내 청문회를 보이콧한다면 국민의힘에게 절대 글로리 타임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정 변호사 낙마 사태와 관련한 현안 질의가 있었다. 정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추천에 이상민 행정안전부·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외압이 있었는 지 여부(이형석),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 내정 문제(이해식), 민주당이 정순신 아들 학교 폭력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김웅) 등이다.
개별 의원들의 학폭 방지법 발의도 이어졌다. 정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낙마한 이후 학교 폭력 방지와 관련된 법안은 지금가지 4건이 발의됐다. 내용은 △학폭 피해 학생의 법률 지원 △학교 폭력 사건 행정심판 증거조사 자료 제출 의무화 △학폭 피해자 행정적 피해 방지 △2차 가해 방지로 정 변호사 아들 학폭 사태을 규명하는 데 부실했던 점을 보완한 것들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학폭 관련 조치들이 이슈가 터질 때만 주목을 할 뿐,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됐다. 특히 법안에선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1대 국회가 시작된 2020년 6월부터 올해 3월 21일까지 제안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관련 개정안은 모두 41건이다. 이들 법안 가운데 원안이 가결된 것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전문가 의견을 듣도록 규정한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가결 법안과 유사해 폐기된 2건과 철회한 1건을 제외하면 모두 37건이 낮잠을 자고 있다.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법안은 많지만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는 경우는 적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학폭 문제가 심각하지만 입법 성과가 해가 갈 수록 부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폭 관련법은 18대와 19대는 4건이 처리됐다. 20대엔 37건 법안 중 2건이 통과됐다.
지난해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 수가 2021년과 비교해 50% 가량 증가해 5만 4000명에 이르는 데도 개선 방안 마련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22일 오전 정순신 검사특권 진상조사단인 강득구, 강민정, 도종환 의원이 대전 유성구 대동 해맑음센터를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