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대기업의 투자 세액 공제율을 15%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진통 끝에 처리됐다.
세액공제요율은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을 받아들였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안한 수소·미래형 이동수단까지 대상에 포함하는 안을 수용한 것이다.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16일 반도체·2차전지·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수소·미래형 이동수단 등 품목의 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일부 개정안안 의결했다.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국회 소위 후 취재진과 만나 "정부 원안대로 (투자세액공제율을 적용)하되, 저희가 품목을 추가해 수소와 미래형 이동수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타 첨단 기술을 포함하기로 했다"면서 "원래는 시행령으로 돼 있던 부분을 법률로 상향 조정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세소위원장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도 "여태까지 진행된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특히 산업계에 있는 많은 분들의 걱정·우려도 있었으나 여야 합의로 통과됐기 때문에,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가 도약할 기반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이날 처리된 법안이 22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고 숙려기간을 거쳐 오는 3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야 합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국회 기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이날 여야 간 이견 조율에 난항을 겪으면서 1시간 이상 늦게 열렸다. 세액공제 요율을 상향에는 사전 합의가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법안 적용 산업 대상에서 이견이 표출됐다.
민주당은 전날(15일) 특례 대상 업종을 수소 등 탄소중립 산업과 미래형 이동수단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해 '한국판 IRA법(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이름을 붙였지만, 국민의힘은 "핵심 내용은 비슷한데, 법안 이름만 바꿔 숟가락 얹기를 하려는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기획재정부 역시 세액공제 대상 확대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결국 민주당 간사인 신 의원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소위에 상정하지 않은 채 회의가 시작됐으나, 오후 들어 여야가 의견을 좁히면서 상정됐다.
이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반발해 퇴장했다. 장 의원은 "이런 방식이 병합심사는 의회민주주의 기본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류 의원은 타당하다고 공감하면서도 법안을 상정했다"면서 "민주당이 사실상 IRA라고 언급하면서 내용은 정반대인 법안을 냈기 때문에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에게 관련 내용으로 끝장토론을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류성걸 위원장(국민의힘 기재위 간사)이 야당 간사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