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나는 한번에 몰아봤어, 연진아! 복수도 끝났으니 이제 그만보자

입력: 2023-03-14 10:07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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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월요금 추가 인상 이어
'제 3자 계정 나눠쓰기' 금지 예고
가입자 63% "공유 금지하면 해지"

[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나는 한번에 몰아봤어, 연진아! 복수도 끝났으니 이제 그만보자

더 글로리 파트2 메인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더 글로리' 흥행에도 울상

'사랑은 비밀번호 공유다(Love Is Sharing a Password).'

넷플릭스가 선언했던 계정공유 '사랑'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넷플릭스가 2017년 트위터에 올렸던 이 글귀는 계정공유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성장해 온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속내를 엿보게 했다. 그러나 OTT가 성장 침체라는 격변기를 맞으면서 계정공유 사랑도 퇴색될 조짐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 이어 각국에서 공유계정 단속에 들어간 데 이어 한국에서도 조만간 계정공유 제한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과몰입 유발한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락인효과 끝? = 최근 국내 이용자들의 넷플릭스 이탈을 막는 강력한 '락인 효과'를 발휘한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면서 이후 시청자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 주목된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밀한 복수를 다룬 드라마로, 총 16편인 콘텐츠를 파트 1·2로 나눠 순차 공개했다. 넷플릭스가 한 시즌을 두 개로 쪼개서 공개하는 파트제를 선보이고, 계정공유 단속 움직임이 일어나자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이후 넷플릭스 구독을 해지하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이후인 지난 11일 넷플릭스 앱 사용자는 532만명으로, 역대 최대 일 사용량을 기록했다. 더 글로리 파트1(1~8회) 이후 파트2를 손꼽아 기다린 국내 시청자들이 공개 이후 '몰아보기(빈지뷰잉)'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된 10일에는 474만8605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하루 전인 9일에 비해 55.6%, 일주일 전과 비교해 84.5% 증가한 수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반응도 좋다. 공개 하루 만에 플릭스패트롤 기준 시리즈 순위 세계 4위에 오른 이후 현재 1위까지 상승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구독자들은 넷플릭스 계정공유 단속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인들과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해 시청하고 있다는 A(27)씨는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후 친구들과 더 글로리를 하루 만에 몰아서 봤다"며 "공유계정 추가 과금을 할 경우 보고 싶던 콘텐츠를 다 보고 해지하자고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중남미 이어 유럽까지, 계정공유 유료화 움직임 가속 = 넷플릭스는 계정공유 유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스페인, 캐나다, 포르투갈 등 4개 국에서 계정공유 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등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 계정공유 시 추가 요금을 내는 정책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계정공유 시 추가 요금은 캐나다의 경우 1인당 월 7.99캐나다달러(약 7600원), 뉴질랜드는 7.99뉴질랜드달러(6400원), 포르투갈은 3.99유로(약 5500원), 스페인은 5.99유로(8300원)다. 넷플릭스 측은 국내 계정공유 유료화에 대해서는 "새로운 계정공유 방식이 언제 시작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전했지만, 도입 초읽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계정공유에 대한 넷플릭스의 '초심'이 변한 것은 OTT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며 날로 악화하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분기 창사 11년 만에 유료 가입자 수가 전 분기보다 약 20만명 줄어들며 성장이 멈춘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자 광고요금제에 이어 계정공유 유료화를 카드로 꺼냈다.

◇OTT 다중구독, 보편적 서비스 이용 형태로 = 제3자 계정공유는 유료 OTT 시장 성장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만큼 유료화 전환이 당장 이용자에게 거부감을 줄 가능성이 있다. 넷플릭스 등장 이후 OTT 서비스는 국내에서만 티빙, 웨이브, 왓챠, 디즈니플러스 등 다양한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구독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계정공유는 복수의 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보다 다양한 콘텐츠 이용 요구를 충족해 OTT 다중이용 확산을 촉진했다. 실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다중구독이 보편적인 서비스 이용 형태로 자리잡았다.

닐슨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개인 및 가구는 2021년 기준 평균 3.4개의 유료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2015년보다 2.42개 높아진 수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가 지난해 6월 유료 OTT 서비스 이용자 1508명을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유료 OTT 서비스 이용자의 과반수 이상이 2개 이상의 복수 유료 OTT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 최대 6개의 서비스를 동시에 보는 이용자도 있었다. 다중구독자가 이용하는 서비스는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 계정공유 유료화, 독일까 약일까 = 이런 상황에서 OTT 계정공유 유료화가 다중구독 이용 행태의 확산을 막고 가입자 이탈을 유도해 매출에 되레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50대의 넷플릭스 이용자 1000명을 상대로 지난달 23~27일 설문 조사해 9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 가입자의 62.8%는 계정공유가 금지되면 넷플릭스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추가 요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7%에 그쳤다.

가족 이외의 제3자 계정공유를 통해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데, 과금 시에는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이용 중단 의사를 표현한 주요 이유로 꼽혔다. '더 글로리'와 같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콘텐츠가 꾸준히 나온다면 유료화라는 걸림돌에도 시청자들이 머무를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계정공유 과금 이후 가입자 매출액이 늘어 OTT 시장 규모가 커지거나 오히려 매출이 줄어드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보고 있다. 넷플릭스의 계정공유 유료화로 인한 가입자·매출액 변화 추이는 OTT 업계의 비즈니스모델과 전략 변화를 가져오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