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사건 판결문 91건 분석…재판서 '진지한 반성' 인정 못 받아
"성범죄 형량을 줄여준다"는 법무법인이 성행하고, 성범죄자를 위해 반성문을 대필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정작 재판에서 로펌에서 써주는 반성문의 효과가 '진지한 반성'의 효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김선화 검사장)는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보고된 주요 성범죄 사건 판결문 91건을 분석한 결과, 법원이 반복적인 반성문 제출이나 여성단체에 대한 기부 자료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을 인정한 사례는 없었다고 14일 밝혔다. 법무법인이 성범죄 가해자에게 제공하는 '감형 전략 패키지'가 법원 판결과정에선 그다지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검찰청의 조사 대상 판결 91건 중 피고인의 반성이 감형 사유로 들어간 건 27건이었다. 범행을 자백한 뒤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 공탁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경우, 초범인 경우 등이 여기에 들어갔다.
35건은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피고인이 한 변명이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 등을 근거로 반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판결들이다. 나머지 29건은 자백만 했을 뿐 합의나 피해 회복을 하지 않아 아예 '반성'이라는 말이 빠진 판결문이다.
이에 대해 대검은 "양형기준상 '진지한 반성'은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와 피해 회복 또는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여부 등을 조사·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단순한 기부 자료나 교육 이수증, 반복적 반성문 제출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전문 법무법인들은 가해자에게 '자백·반성문', '성폭력지원센터나 여성단체에 기부' 등의 감형 전략을 제공한다. 징역 40년을 선고받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경우 범인 전주환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재판부에 3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인하대 여학생 성폭력 사망' 사건은 가해자가 반성문을 19차례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피해자 유족에겐 사과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6월 대검은 성범죄자의 '꼼수 감형' 시도가 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선 검찰청에 수사·재판 중 제출된 양형자료의 진위를 확인해 재판부에 의견을 적극 제시하고 허위 양형자료는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부당한 양형자료가 감형 사유로 참작되지 않고 죄에 상응하는 정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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