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은 7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 변경, 사내외이사 후보 추천, 브랜드사업부 분사 등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부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브랜드사업부는 DB하이텍의 반도체 설계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다. 이사회는 최근 IT시장 침체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비주력인 설계사업을 병행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고객들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실적 개선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모토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는 것처럼 DB하이텍도 본업인 파운드리에 집중하며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분사 방식은 물적분할이다. 앞서 DB하이텍은 분사 작업을 검토했으나, 정부의 일반주주보호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분사작업 검토를 중단한 바 있다. 이번 분사 추진은 지난해 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공포되는 등 이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졌다는 판단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되는 신설법인의 사명은 'DB 팹리스(가칭)'이며,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이 안건은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분사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30일부터 20일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5월 황규철 사장을 브랜드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 후 같은 해 말 브랜드사업부 CEO로 내정하고, 파운드리사업부와 브랜드사업부 각자대표체제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번 분사를 통해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사업부를 법적으로도 완전하게 분리하게 되는 것이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글로벌 파운드리의 전략방향에 맞춰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분리하여 각각의 전문성을 한층 높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DB하이텍은 이번 분사 추진과 함께 주주친화 정책도 적극 펼친다는 방침이다. 우선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며,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반드시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계획이다.
또 DB하이텍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1주당 배당금을 작년보다 3배 가량인 1300원까지 늘리기로 했으며, 이에 더해 이번 이사회에서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진키로 의결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