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전의 3.1절, 미완의 정신 완수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02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전의 3.1절, 미완의 정신 완수해야")
서대문 감옥서 만세삼창… 해외도 동참
현재 고난·갈등 스스로 해결해야 일침
100년 전인 1923년 3월 1일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만 4년이 되는 날이다. 3.1운동의 정신과 목표는 자주독립과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이었다. 하지만 이는 계승되지 못하고 있다. 그 정신과 목표를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1923년 3월 1일자 동아일보에 '시내 각 경찰서에서는 경계대 편성, 파출소에서는 호구 조사까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3월 1일을 경계하기 위하여 시내 각 경찰서에서는 얼마 전부터 비밀회의를 열고 2월 27일부터 시내 각 경찰서에서는 돌연히 활동을 개시하여 형사는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요사이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과 기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엄중히 조사하며, 또 파출소 순사들은 집집이 돌아다니며 '어디서 손님이 오고 누가 어디를 갔느냐'하며 일일이 조사를 하는 중인데, 오늘은 즉 그 경계하는 3월 1일이라 각 경찰서 경관은 새벽부터 전 서원(署員)이 출동하여 경계대(鏡戒隊)를 조직해 가지고 각 관내를 엄중히 경계할 터이라더라."
다음날인 3월 2일자 조선일보에도 비슷한 기사가 실려 있다. "어제는 조선 독립 시위 운동을 한 지 만 4년이 되는 3월 1일이라 (중략) 경찰 당국에서는 이날을 당하면 공연히 가슴이 울렁거리는 날이라 (중략) 시내 각 경찰서에서는 며칠 전부터 경계하기 시작하여 어제는 사복을 입은 형사와 순사들이 각처로 흩어져서 살기가 충만한 눈알을 사방에서 번뜩였으며, 이른 아침부터 곳곳에 출동하여 여러 가지로 태도를 살피는 등 가장 공기가 긴장하였더라."
엄중한 경계 때문에 국내에선 3.1운동을 기념하는 일은 꿈도 못 꿀 일이었지만 그래도 한 두 개 관련 기사가 눈에 띤다. "3월 1일 오후 3시경에 돌연히 서대문 감옥 어떤 감방에서 독립 만세를 부르짖어서 각 감방으로부터 30여 명이 만세를 부르므로 경계하고 섰던 간수들은 크게 놀라 진무(鎭撫)한 결과 다행히 큰일은 없이 진무되었다는데, 이에 대하여 주모자 몇 사람은 상당히 처벌하리라더라." (1923년 3월 4일자 조선일보)
"3월 1일은 조선 독립선언 기념일이므로 원산 경찰서에서는 만일을 염려하여 엄중히 경계하던바, 원산 상동 사립 배성학교 3학년 생도 전부가 그 학교 마당에 모여 독립가(獨立歌)를 높이 부르며 기념을 한 일이 발각되어, 경찰서에서는 즉시 학생 전부와 직원 일동을 인치하고 엄중히 취조하였는데, 동교 3학년 주임 선생은 아직까지 구금 중이라더라." (1923년 3월 12일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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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해외동포들은 이 날을 맞아 기념식을 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일본 동경에도 역시 경관의 주의는 심하였으나 1일 정오경에 동경에 있는 조선 유학생을 시작하여 노동자까지도 우에노(上野)공원으로 모여들더니, 오후 2시에 이르러는 300여 명에 달하여 우에노 경찰서에서는 경관 수백 명이 포위하고 만일을 경계하던바, 돌연히 한 청년이 나서며 소리를 질러 '오늘 3월 1일은 우리가 영원히 기념할 날'이라 하고 만세를 세 번 부른 후에 (중략) 경관은 수령(首領)될 만한 청년을 체포하고 해산을 명령하므로 일반은 해산을 당하고 말았다는데 (중략) 남녀 학생 70여 명을 검속하였다는데 그중에도 여자 대학교 학생으로 박모, 황모라는 두 여자는 일찍이 조선에 있을 적에도 독립운동에 참가해서 감옥에까지 갔던 사람이라더라." (1923년 3월 4일자 조선일보)
재중 동포들도 3월 1일 모여 그날의 독립선언을 기념했다. 1923년 3월 3일자 조선일보 기사다. "상해에 있는 대한인민단(大韓人民團) 주최로 지난 3월 1일에 3.1절 기념축하식을 법조계(法租界) 민국로 침례교당 안에서 성대히 거행하였는데 (중략) 일동은 애국가를 부른 후에 민단장 도인권(都寅權)씨가 기념식을 시작한다고 식사를 선포하고, 독립신문사 사장 박은식(朴殷植)씨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였으며 (중략) 인성학교 학생 일동이 혁명군가(革命軍歌)를 합창한 후 대한민국 독립 만세를 일제히 삼창(三唱)하고 사진을 찍은 후에 산회하였고, 청년들은 수십 대의 자동차를 타고 행렬을 지어서 태극기를 날리며 상해 시가를 곳곳이 돌아다녔다더라."
미국, 쿠바에서도 많은 동포들이 3.1절 기념식을 열었다. 3월 22일자 신한민보는 "쿠바 마탄사스 지방회(대한인국민회)가 굉장한 3.1절 경축 행사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쿠바 중부 마탄사스는 1905년 제물포항을 떠나 멕시코행 배에 몸을 싣고 멕시코 에네켄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1921년 쿠바로 이주한 동포들이 정착했던 곳이다.
1923년 3월 29일자 신한민보는 '귀중한 삼일절'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따끔한 충고를 했다. "5년 전 이날에 열사(烈士) 충녀(忠女)의 의혈(義血)이 시냇물을 이루었으되 오늘까지 승전고가 없고 (중략) 동포여 생각하라. 자유 없는 민족의 생명은 초개(草芥) 같고, 약한 자의 언론은 혹 견(犬)이 폐월(吠月)과 같이 여기고 인민의 위망(位望)은 일호(一毫)도 가련히 여기는 동정이 없도다. 이러한 세상에 남의 도움을 바램도 어리석고 적수(赤手)로 강도를 대적함도 또한 생명만 희생하였도다. 그런 즉 우리 일은 우리가 해야 부활할 터인데 우리 동포의 행위 사상을 보면 언필칭(言必稱) 선공후사(先公後私)라 말하되, 그 충실을 보면 선사후공(先私後公)도 아니하는 도다."
100년 전 "우리 일은 우리가 해야 부활할 터인데"라고 선조들은 외쳤다. 그 외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고난과 갈등은 남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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