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見蚊拔劍 <견문발검>](http://contents.dt.co.kr/images/202302/2023021702102369660001[1].jpg "[古典여담] 見蚊拔劍 <견문발검>")
볼 견, 모기 문, 뽑을 발, 칼 검. 견문발검.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으로, 보잘것없는 작은 일에 지나치게 과한 대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내는 소견 좁은 사람을 일컬을 때도 쓴다.
견문발검은 유래가 따로 없다. 일설에는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 조조(曹操) 때 대사농(大司農)이라는 벼슬을 지낸 왕사(王思)라는 사람과 결부해 전한다. 왕사는 성질이 고약하고 고집불통이었던 모양이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성미가 급했다고 한다. 글씨를 쓰는데, 파리가 붓끝에 앉자 두세 번 쫓았으나 또 날아오니 화가 나서 일어나 파리를 쫓아냈고, 그래도 되지 않자 붓을 땅에 던지고 밟아 망가뜨렸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여기서 파리가 모기로, 붓이 칼로 변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런데 견문발검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고사성어는 정작 논어에 나온다. 논어 양화편(陽貨篇)에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라는 말이 있다,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는가'라는 의미다. 공자가 제자 자유(子游)가 다스리는 고을을 방문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현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이 말을 했다. 공자는 국가통치는 예약(禮樂)으로 백성을 교화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천하를 다스리는데 쓰일 예약을 작은 마을에 적용하니 뜻밖이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그러나 자유가 선생님의 뜻을 따랐다고 하자 이내 말을 고쳐 농담이었다고 했다. 이렇게 원래 할계언용우도는 좋은 뜻이었다가 나중에 발문발검과 비슷한 말이 됐다.
최근 군사정보 수집이 분명해 보이는 중국 풍선이 미국 영공에 진입해 소란을 일으켰다. 이 풍선을 미국은 현존 세계 최강 전투기인 F-22 일명 '랩터'를 출진시켜 격추했다. 워낙 풍선이 고고도에 있어서 랩터로밖에 격추할 수 없었다고 했지만, 풍선 하나를 격추하는데 운용비용까지 대당가격이 4000억원에 이르는 랩터를 동원했어야 했나 하는 말이 무성하다. 미국이 무적의 위용을 보이려 그랬다 생각되지만, 찜찜한 구석은 남는다. 견문발검이 아닐까 싶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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