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료를 1년 이상, 1000만원 넘게 내지 않은 고액·장기 체납자 수천 명이 수십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본인부담상한제'다. 이 제도는 병원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자가 1년간 낸 본인부담금(비급여 제외)이 소득 수준에 따라 정해진 기준(2024년 기준 87만~808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을 건보공단이 대신 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이 보험료를 장기간 내지 않은 체납자에게도 돌아간 것으로 감사에서 확인됐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을 지급받은 고액·장기 체납자는 총 4089명이다. 이들이 받아간 금액은 39억원이 넘는다.
특히 2023년 한 해에만 1008명의 체납자가 11억5000만원 가량을 수령했다. 전체 체납자 중 3% 수준이지만 성실 납부자들 사이에서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는 체납된 보험료와 건강보험 환급금을 서로 상계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보험급여 수급권은 압류 불가'라는 법리 문제로 끝내 폐기됐다.
건보공단은 상계 대신 환급금에서 체납액을 선공제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문제가 지적된 지 3년이 넘도록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제도 개선이 미뤄지는 사이 3000명이 넘는 체납자가 총 30억원 이상의 혜택을 추가로 받아갔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실수로 진료비를 더 받은 경우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본인부담금 환급금' 제도에서도 비슷한 허점이 발견됐다.
현행법상 이 환급금은 체납된 보험료와 상계가 가능하다. 즉 돌려줄 돈이 있어도 밀린 보험료가 있다면 그만큼 빼고 주거나 아예 안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건보공단 시스템의 허점으로 인해 일부 고액·장기 체납자들에게 이 환급금이 밀린 보험료와 상계되지 않고 그대로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2500~2800명의 체납자가 많게는 3000만원이 넘는 환급금을 수령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은 법 개정을 통해 '공제' 제도를 도입하고, 본인부담금 환급금은 관련 부서 협의와 시스템 개선을 통해 상계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부담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제도의 신뢰를 회복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런 재정 누수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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