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지난해 부동산 경기 하락·건설 원자재 급등, 잦은 파업 등으로 고전했지만 삼성그룹 건설 계열사의 실적은 빛났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등 타 건설사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건설 계열사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의 연간 실적이 호전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2022년 연간 매출은 14조5980억원·영업이익 8750억원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8%(3조6090억원) 늘었고, 영업이익도 248.6%(6240억원) 뛰었다.
삼성물산의 영업 실적이 호전된 것은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오세철 사장 부임한 2021년부터 2년 연속 해외건설 수주실적 1위를 차지하는 등 해외건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이 해외건설 수주 1위를 마지막으로 차지했던 해는 2016년이었다. 삼성물산은 하이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남아 싱가포르 등 '수주 험지'에서도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이 경쟁하는 시장으로 건설사의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일감을 따낼 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했고, 국내외 수주 물량이 늘면서 전년보다 실적이 좋아졌다"며 "지난해 신규 수주 규모도 17조원을 돌파하면서 연간 목표치였던 16조70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또 다른 건설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도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0조543억원·영업이익 7029억원·순이익은 5953억원이다.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이 전년도 보다 각각 34.3%·39.7%·69.6%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신규 수주는 약 10조2000억원 이었고 카타르 석유화학 플랜트·말레이시아 가스 플랜트·러시아 석유화학 플랜트 등 해외 각지에서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연간 목표로 세웠던 수주(8조원)·매출(8조5000억원)·영업이익(6100억원)을 모두 초과 달성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연간 수주·매출·영업이익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멕시코·말레이시아와 중동 지역 대형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건설 계열사의 실적 호전은 국내 경기 불안 속에서 이뤄져 더욱 의미있다고 평가받는다. 타 건설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부동산 경기 하락·원자재 급등 영향에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은 이 같은 변수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GS건설과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 포트폴리오에서 주택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지만, 삼성물산 포트폴리오에서 주택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초반 수준이다. 그만큼 국내 경기 불확실성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