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칼럼] 집권 2년 尹정부 성공, `자유민주 헤게모니` 장악에 달려

강현철 총괄 부국장 겸 금융부동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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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칼럼] 집권 2년 尹정부 성공, `자유민주 헤게모니` 장악에 달려
1980년대 대학 운동권에서 인기였던 책 중의 하나가 이탈리아 공산주의자인 안토니오 그람시가 쓴 '옥중수고'다. 그람시는 이 책에서 '헤게모니'(패권· Hegemony)라는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어떤 일을 주도할 수 있는 권력 또는 권한이라는 뜻인 헤게모니는 '옥중수고'에선 한 지배 집단이 다른 집단을 대상으로 행사하는 정치, 경제, 사상 또는 문화적 영향력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한 집단이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그것을 전파해가면서 나머지 집단의 동의에 의한 지지를 끌어내는 과정과 상황을 말한다.

그람시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자본가적 지배계급이 사회 곳곳에서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피지배계급이 새로운 틀을 만들어 헤게모니를 빼앗고 이들의 지배에 항거하는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좌파들은 수십년동안 이 이론에 근거해 정치 성향이 뚜렷한 시민단체들을 만들고, 곳곳에 수많은 진지들을 구축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이들을 국정의 파트너로 활용, '적폐'라는 이름으로 '자유 세력'의 토대를 허물어갔다. "이제 우리 사회의 지배계층이 바뀌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집권 첫 해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이런 움직임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시간으로 볼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빚 무서운 줄 모르고 국가부채를 늘려왔던 재정정책을 바로 잡으며, 징벌적 과세 대신 공급 확충을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책을 추구해왔다.

최근엔 민노총의 정치 파업, 건설노조 비리 등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진 불법 행위를 바로 잡고 국가기강을 다시 세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문 정권하에서 무력화된 대공수사도 강화해 광범위하게 퍼진 간첩들을 색출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자유 민주주의 사회로 되돌아가긴 부족하다. 40%선을 좀체 넘지 못하는 지지율이 그 반증이다.

동양의 통치술은 크게 공자, 맹자 등 유가(儒家)의 '덕치주의'와 상앙, 한비자, 이사 등으로 대표되는 법가(法家)의 '법치주의'로 나눌 수 있다. 공자가 인과 예, 덕으로 사회를 조화롭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법가는 '법의 강력한 집행'을 통해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역대 황제는 곁으로는 덕치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은 법가에 의해 대륙을 통치했다.

한비자가 쓴 '한비자'는 동양의 '제왕학 교과서'로 불린다.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이 "한비자를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였다.

한비자는 군주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로 '법'(法)과 '술'(術) 그리고 '세'(勢)를 꼽았다. '법'은 정치를 하는데 필요한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원칙을 말한다. 일종의 통치철학(국정철학)이다. '술'은 군주가 신하를 올바로 쓰면서 간신을 견제하기 위한 지혜로운 통치술을 의미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집권당과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면서 국정 추진의 원동력을 얻는 것이다. '세'는 군주가 가져야 할 권세 혹은 권력으로, 주위 상황과 조건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람시가 말한 '진지'는 일종의 세를 늘리는 거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철학을 같이 하는 시민단체와 문화예술 단체, 태양광 단체 등에 대놓고 세금을 지원했다. 국민 혈세로 '좌파 생태계'를 만들어 우리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해온 셈이다. 반면 보수세력이 자신과 철학을 같이 하는 단체들을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소리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주역 64괘의 49번째인 '혁'(革)괘는 '연못'(澤) 아래 '불'(火)이 있는 모습이다. 물은 아래로 내려와 불을 끄고, 불은 위로 타올라 물을 말려버리는 상극 관계로, 변혁의 시기를 상징한다. 공자는 '혁'의 성공 요인으로 올바름을 지킬 것, 신중함을 유지할 것, '혁'의 주체가 먼저 혁신할 것을 내세운다.

윤 정부의 성공 여부는 이같은 원칙을 지키는 한편으로 확고한 자유 민주주의 철학을 가진 세력을 얼마나 키우는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강현철 총괄 부국장 겸 금융부동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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