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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조건에도… 삼성전자, 兆단위 투자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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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데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가는 감산과 투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 이후에도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주력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전 사업부에 걸쳐 실적이 부진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부터 업황이 급속히 위축된 반도체 부분이 올해 상반기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기록한 잠정 영업이익률 6.1%는 2009년 1분기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감산을 거부해왔던 논리는 이제 시장의 지지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팬데믹 버블이 붕괴되고 남은 잉여 캐파(생산 능력)와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감산과 투자 감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설비투자 축소·감산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메모리 부문 투자 규모가 지난해 32조원에서 올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투자를 줄인다고 해도 경쟁사와 같이 전년 대비 50~70%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는 크게 줄이지 않더라도 라인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유지보수를 통해 전체 웨이퍼 스타트를 줄여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메모리 업황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속속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결정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은 없다면서 투자도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메모리 부문 적자 가능성까지 불거지는 만큼 업계에서는 재고 조정을 통한 시장 반등을 위해 삼성전자도 감산에 동참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어닝쇼크를 계기로 삼성의 메모리반도체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대비 양호한 수익성과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이 있기에 공급을 유지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 일정 마무리 간담회에서 "아직 시설 투자를 줄이겠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며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의 별도 당부가 있었는지 묻자 그는 "(이 회장은) 항상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하라. 위축되지 말라'고 한다"며 "사업을 맡은 이들이 과감히 하라는 취지로 신년에 특별히 말한 건 없다"고 답했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경기가 안 좋을 때 더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삼성의 전략인데, 시장 1위 기업이라 가능한 것"이라며 "1위 기업은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시그널을 주거나 재고를 줄이는 정도만 가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불황기 다른 곳이 적자를 낼 때 이익을 낸다는 것만으로 기업 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에 삼성은 그걸 유일하게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이전에도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을 하던 시기에 많이 사용하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악조건에도… 삼성전자, 兆단위 투자 밀어붙인다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의 현판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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