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보행자를 고의로 승용차로 쳐 사망케 하고,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금과 교통사고처리금, 변호사 등 거액을 받아 챙긴 4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정성민 부장판사)는 살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9월 11일 전북 군산시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길을 건너던 B(여·76)씨를 고의로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A씨는 이 사고로 보험사로부터 형사보상금, 변호사 선임비 등 1억7600여만원을 타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이 사고 외에도 승용차를 이용한 보험 사기 행각을 벌여 추가로 1300여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보험사기와는 달리, 가해자도 운전자보험에 들면 보험금을 타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보험사기 수법이다.
경찰은 당초 단순 치사로 송치했지만, 그에게 교통사고 기록이 여럿 있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검찰이 집중 수사한 결과 지난해 5월 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를 밝혀내 기소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그의 보험가입 및 통화 내역을 확보하는 한편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해 혐의를 밝혀냈다.
A씨는 파산했는데도 2018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2년간에 걸쳐 범행 이전까지 9개의 운전자 보험에 가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A씨와 그의 전 남편은 승용차 사고팔기를 수차례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씨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앞을 잘 보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 주장대로 사고 당시 음료수병을 차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하더라도 잠시 차량을 정차하거나 감속하는 게 정상적인 대응인데, 전혀 감속도 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사정 등을 종합해 피고인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기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유족과 쉽게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고령의 피해자를 골라 범행했다"며 "그런데도 시종일관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