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대선 공약 중 일치하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입장차가 커 험로가 예상된다. 같은 공통 공약이라도 각 당별로 우선순위나 중요도에 차이가 있고 세부 내용에서 접근법이 달라 곧 출범할 정책협의체와 대선공통공약추진단에서도 논의가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7일 정치권 안팎의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는 지난 23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하면서 별도 합의문에 명시한 '대선공통공약추진단'을 조만간 양당 정책위의장 주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양당의 공통 공약이면 반대할 명분이 없는 만큼 추진하자는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 공공기관장 등의 임기를 일치시키기 위한 법안 등을 처리할 '정책협의체'도 출범 시점·방향 등에 대한 협의를 조만간 시작한다.
모처럼 여야가 합의를 통해 법안 추진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법안 처리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법안마다 여야 간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와 간호법이 대표적이다. 종부세는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만든 것으로 대선 당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1주택자 부담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집값 안정을 국정 기조로 삼은 국민의힘은 종부세를 비롯한 세제개편안을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지만 민주당은 대선 후 '부자 감세' 라고 말을 바꿨다.
반대로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조항을 떼어내 업무 범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임금과 근무 환경 등 처우 개선 내용을 담은 간호법 제정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대선 때는 찬성했지만 대선 후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는 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사실상 간호사 특혜 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간 상태지만 진통이 예상된다.
여기에 민주당이 강하게 주장하는 기초연금 인상 등도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지층으로부터 '포퓰리즘'이라는 반발을 살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할 정책협의체도 각론에서 여야 간 입장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여가부 폐지에 대해 국민의힘의 경우 여가부의 주요 기능을 각각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나누어 이관하면 기존 기능이나 조직에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지지층의 반감이 큰 안이라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안'(공운법)에 대해서도 여야가 표면적으로는 이견이 없지만, 범위에서 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 등 임기제 정무직 기관장은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크다.이에 정책협의체와 공통공약추진단에서도 자칫 논의가 공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극단적 지지층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식의 상황이 돼버린 이유는 각 당이 핵심지지층에 어긋나면 눈치를 보기 때문ㅇ"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현재 아무 곳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의 지지가 필수적인데, 이런 식의 기억을 남기게 하는 것은 총선 전략으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지난 23일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여야 합의문.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제공=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