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혜주 엔비디아에 밀려 순매수 2위로 내려앉았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3달 만에 1위를 재탈환했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테슬라를 3억4900만달러(약 4811억원)어치 사들였다.
테슬라 주가가 오르면 1.5배의 수익을 거두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DIREXION DAILY TSLA BULL 1.5X SHARES)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6100만달러로 순매수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깃 ETF'(T-REX 2X LONG TESLA DAILY TARGET ETF) 역시 2400만달러 순매수 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는 8000만달러(1105억원) 가량 순매도 하면서 차익실현에 나섰다.
지난 3월만 해도 엔비디아를 3억7300만달러(5145억원) 넘게 사들인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지난달 테슬라 순매수 규모는 1억7100만달러(2351억원)으로 엔비디아 순매수 규모의 절반에 불과했다
지난 2월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는 엔비디아를 4억1000만달러, 테슬라를 3억3800만달러어치 순매수 했는데 세 달 만에 테슬라가 순매수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테슬라는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9%, 5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1년 전 대비 반토막났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는 지난 한 주(22~26일)간 20%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23일 1분기 실적 발표 당일(1.85%)부터 24일과 25일 각각 12.06%, 4.97% 상승하면서 사흘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26일엔 1.11% 하락한 168.29에 마감했음에도 올 들어 지난 22일(142.05달러)까지 40%가 넘었던 연중 낙폭은 26일 종가 기준 32.3%로 줄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저가 전기차 출시 시기를 이전 계획보다 앞당기겠다고 밝히고 자율주행 로보(무인)택시 사업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투자자들을 달래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배런캐피털 회장 론 배런은 최근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주가에 대해 "지금이 바닥"이라며 "(앞으로) 엄청나게 오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최근 AI 반도체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등 영향으로 지난 19일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300조원 가까이 증발하면서 '거품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26일 종가 기준 엔비디아 주가는 877.35달러로 연초 이후 82% 이상 오른 수준이다.
다만 실적보다는 기대에 기반한 단기 급등이 나타난 만큼 당분간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이어온 주가 하락으로 자본대비 주가가 이익보다 더 크게 낮아져 낙폭 과대로 인한 단기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가격 인하로 인한 마진 감소로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ROE)이 14%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도 58배로 경쟁 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라 운용 비중을 확대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신규 가성비 모델의 생산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완전자율주행(FSD) 주문자위탁생산(OEM) 판매 수요가 높을 경우 새로운 이익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