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이 고물가와 고금리 등 글로벌 경제 위기로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기부금을 지난해보다 16% 이상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최근 3년간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257개 기업의 기부금 내역과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1∼3분기 누적 기부금은 총 1조168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5억원) 대비 16.3%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낸 기업은 삼성전자로, 전년 동기보다 18.7% 많은 2229억원을 기부했다. 한국전력공사(966억원)와 SK하이닉스(573억원), 현대자동차(487억원)가 뒤를 이었다.
교보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기부금이 455억원으로, 42억원에 불과했던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 영업이익이 줄어든 악조건 속에서도 기부금이 대폭 늘어났다. CEO스코어는 교보생명이 지난해 9월 재생에너지, 친환경 운송수단 등에 투자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으며 이에 따른 기부금 집행이 통계에 반영된 것으로 설명했다.
교보생명에 이어 삼성전자가 올해 기부금을 351억원 늘렸고, 현대자동차(133억원), 두산에너빌리티(97억원), SK하이닉스(93억원), 한전(86억원), 두산밥캣(82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올해 누적 기부금을 가장 많이 줄인 기업은 LG생활건강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누적 기부금은 46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2.4% 줄어들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 등의 여파로 올해 들어 세 분기 연속 실적이 뒷걸음질 치며 경영 실적이 악화한 탓에 기부금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에 이어 부산은행(-109억원), 삼성물산(-95억원), 현대두산인프라코어(-64억원), 씨젠(-58억원), NH투자증권(-57억원) 등도 기부금 감소폭이 컸다.
CEO스코어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감소한 105개 기업 중 71.4%에 달하는 75개 기업이 기부금을 늘렸다"고 설명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