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한의학 미래, 디지털 융합에 달려… 암·치매 치료 한계 극복할 것"

침구·경락 ICT 융합연구에 기관 역량 집중
유효·안전성 규명… 난치병치료 활용 목표
신변종 감염병 대비 신소재 후보물질 도출
AI한의사 구현 위한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한방 임상 과학화·치료기술 표준화도 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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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한의학 미래, 디지털 융합에 달려… 암·치매 치료 한계 극복할 것"
한의학연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우리의 전통의학 '한의학'도 급변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거슬러선 생존할 수 없다. '디지털 한의학'을 이끄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되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지난해 4월 취임한 후 한의학과 첨단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통해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한의학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 전반에 거세게 불어닥친 디지털 전환에 올라타지 못하면 한의학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과 절박함이 그에게 '디지털 한의학'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부각시켰다.

한의학연은 한의학의 원리와 효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국민과 인류의 건강한 삶을 구현하기 위해 1994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설립됐다.

이 원장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를 겪으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모든 것이 초연결되는 사회가 펼쳐지고 있다"며 "이런 시대 흐름에 뒤치지면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온 우리의 한의학 가치가 바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디지털 한의학'을 한의학연의 미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디지털 한의학에 대해 이 원장은 첨단 과학기술을 의미하는 디지털과 수천 년 조상의 지혜가 담긴 '한의학'의 융합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디지털과 호흡하지 못하고 자칫 역행한다면 한의학의 미래는 없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한의학은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의학의 한계로 오랫동안 지적받고 있는 표준화·과학화를 '침구·경락 ICT 연구센터'를 통해 실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원장은 "침구·경락 ICT 연구센터는 수천년 이어져 내려온 대표적인 한의이론인 경혈경락을 ICT와 융합해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디지털 한의학이자, 한의학의 과학화·표준화·세계화를 동시에 실현시켜 한의학의 새로운 미래 가치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의학, 양의학과 대립 아닌 '공존'… "두 의학 간 융복합 확대 절실"=이 원장은 정부의 12대 국가전략기술에 '첨단바이오'가 포함된 만큼 앞으로 한의학이 국가 바이오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국가전략기술 중 첨단바이오 분야 세부 기술에 한의 관련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한의학계는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며 "과연 한의학이 그동안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그럼에도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온 한의학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대 의학이 엄청난 발전을 이뤘음에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의학의 장점과 특성을 양의학에 접목하면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의학과 양의학 간 융복합 확대 필요성을 제시했다. 한의학은 신체 전체의 조화를 중시하는 통합적 관점에서 치료에 접근하는 데 반해, 양의학은 개별적으로 정의된 특정 질병에 한정해 치료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는 "치료 관점에서 보면 한방과 양방 모두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들여다 보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아스피린의 주성분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해 화학적 과정을 거쳐 개발된 것처럼 많은 의약품이 천연물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의학과 결코 대립되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에 한의학 역할 '제한적'… "감염병 예방·치료에 기여할 것"=코로나 팬데믹 위기 대응 과정에서 한의계의 역할은 국가 보건의료 정책이나 제도 등의 한계에 부딪혀 양의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을 받았다. 이런 제약 속에서 한의계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인류·국가적 감염병 재난 극복에 도움을 주고자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코로나 예방과 후유증 관리, 환자 상담 및 관련 기초연구 등에 나섰다.

이 원장은 "안타깝게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의학의 역할은 기대와 달리 적극적이지 못했다"며 "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신변종 감염병 출현을 대비해 한의계가 양의학과 함께 감염병 확산 예방과 치료 등에 보다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연은 신변종 감염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한의 신소재 후보물질 도출을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중국, 대만 등의 코로나 치료 사례를 면밀히 연구하고 글로벌 공동연구 협력체계를 강화해 만약에 있을 미래 감염병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그는 "코로나를 타깃으로 연구하는 건 아니지만 넓은 범위에서 항바이러스 연구를 꾸준히 해 왔다"며 "자체 스크리닝 플랫폼을 개발해 어떤 물질이 코로나 활성을 저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연구와 한의기반 천연물 소재에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발굴해 새로운 치료 소재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구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의학연은 올 초 한약재에 쓰이는 꽃무릇 추출물이 코로나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보다 항바이러스 효과가 4.5배 높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농가에서 버려지는 포도나무 줄기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성분을 개발하는 등 코로나 위기 대응 연구에 노력해 왔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한의학 미래, 디지털 융합에 달려… 암·치매 치료 한계 극복할 것"
한의학연 제공



◇中, 코로나 대응에 '중의학' 적극 활용… "국가 지원 확대 필요"=중국은 코로나 팬데믹 때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내걸며 확산 방지에 국가적 역량을 강화했다. 중국 정부가 국민들을 과도하게 통제·억압한다는 비난이 나왔지만,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 예방과 치료에 양의학과 중의학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실질적인 성과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원장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시진핑 중국 주석은 중의학 예찬론자로 코로나 예방과 퇴치에 있어 중의학을 적극 활용했고, 이를 통해 중국의 전통의학인 '중의학' 띄우기에 앞장섰다"며 "올해는 중의약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중의약 발전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도 코로나 치료제에 '대만 중약' 사용을 허가했다. 특히 대만 중의학 치료제로 자체 개발한 한약 치료제 '칭관 1호·2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대만 보건 당국이 직접 해당 치료제 효과를 발표하며 대만 중의학 기반의 코로나 치료 확대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주변 국가인 중국과 대만은 자국의 전통의학을 코로나 팬데믹 대처에 적극 활용해 왔다. 두 나라의 사례처럼 기존 양의학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한의학이 보완한다든지, 양의학과 융합을 통해 국민 보건의료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미래 한의융합시대를 지금부터 준비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한의학·미래융합의학 주도… 한의학 가치 창출 향상"=이 원장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12개 국가전략기술 중 '첨단바이오' 육성에 한의학이 기여하는 데 기관 역량을 쏟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첨단바이오 분야에 포함된 합성생물학, 감염병 백신 및 치료, 유전자·세포 치료, 디지털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등은 이미 한의학연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우리의 강점인 한의소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물질을 계속 발굴·검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수년 전부터는 4000명 규모의 코호트 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기본 원리인 개인 체질 및 환경을 반영하는 '한국인 특유의 유전체·바이오 빅데이터 분석·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한의학 관련 연구로는 디지털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분야의 강점을 내세워 개인의 맥파, 혀 모양과 상태 등을 정량화하고, AI 한의사 구현을 위한 의료빅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디지털 헬스케어로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치료, 전자약, AI 등 신개념 기술을 접목한 한의 의료기술의 디지털화 및 융합 진단·치료기기 개발도 추진한다.

이 원장은 "디지털 한의학은 쉽게 말해 디지털과 한의학의 융합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기술혁신을 활용해 한의학 R&D 혁신을 이끌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의료보건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한의 의료기술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의학연은 미래의학을 선도하는 연구에도 기관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 원장은 '침구·경락 ICT 융합연구'를 미래를 위한 연구 분야로 정해 새로운 융합의학을 꽃피우겠다는 계획이다. 침구·경락 ICT 융합연구는 역사 속에서 검증된 우리의 침술·경락·경혈 체계를 첨단 ICT와 융합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암, 치매, 자가면역질환, 난치성 질환 등을 치료하는 새로운 한의 융합기술로 활용하겠다는 게 목표다.

◇"한의학 과학화·표준화·세계화 실현… 미래 의학가치 창출"=이 원장은 한의학이 지닌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과학화, 표준화, 세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한의학연은 설립 이후 한의학 임상기술의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는 한편 치료기술 표준화 및 국제 공동연구를 중점 추진해 오고 있다.

그는 "경험적으로 한방이 다들 좋다고 말하는데, 경험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과학적 수치와 근거를 통해 최종 의료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기존 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의학적 대안으로 한의학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학연은 이를 위해 △한의 의료기술 임상근거 확보 △한약 안전성·유효성 근거 강화 △한약제재 개선을 위한 과학적 근거 확립 △경혈·경락체계의 과학적 규명 등에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고 있다.

이 원장은 "가령, 한의학의 과학화 측면에서 흔히 언급하는 경혈과 경락 체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의 이론을 검증·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가 쉽게 접하는 한약 등 한의 치료가 얼마나 정량적으로 우수한지 근거를 확보하는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의학 표준화에 있어서 임상치료기술, 치료기기 등 한의 의료기술 표준화에 노력하는 한편 다양한 글로벌 전통의학협력센터와 국제표준기구뿐 아니라 전통 및 보완대체의학 관련 글로벌 기관들과 협력을 넓히는 세계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 원장은 "앞으로 한의학연의 연구체계와 시스템을 선진화해 수월성 높은 연구성과 창출과 한의학 스타 과학자 배출을 통해 미래 의학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치매, 난임, 아토피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해결책을 제시해 국민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 한의학의 강점을 살려 공공보건의료 시스템 대응 역량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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