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개최한다.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삼권분립이 형해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국회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4일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진행한다.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한 이유를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나 민주당은 이후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리·선고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과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11명이 전원 채택됐다.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 판사들도 여럿 포함됐다. 다만 이들이 실제 증인으로 출석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법관들이 자신이 맡았던 재판과 관련해 국회 등 법원 외부의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이 후보 재판의 경우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 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
한 로펌 소속 변호사는 통화에서 "대법원이 판결에 속도를 내자 처음에는 무죄를 기대하는 입장이었다가 패소하자 청문회를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거대 정당이 아닌 일반인으로 본다면 재판에서 패소했다고 판사에게 '전화 한 번 하자'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했다.
한편 국회 국정감사나 현안질의 등에는 주로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행정처 간부들이 출석한다. 대법원장이나 다른 대법관, 재판연구관 등은 관례상 출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회 법사위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청문회 실시 계획서 채택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등을 단독으로 의결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