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대위원장, 故 노태우 前대통령 1주기 추도식 참석해 '업적 재평가' 역설
전날은 尹대통령과 함께 43주기 박정희 前대통령 서울현충원 묘역 참배
朴 현충원 추도식에 보수 중진정치인들 참석…구미 생가서도 추모제·추도식 인파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여당 대표로서 '서거 1주기'를 맞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전날(25일) 윤석열 대통령과함께 '서거 43주기'를 맞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서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10월26일로 기일이 같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시 탄현면 동화경모공원에서 열린 '노태우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누가 뭐래도 노 전 대통령님은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연결하는 험한 세상의 다리였다.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여망에 순응한 진정한 거인이셨다"고 기렸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로 선출된 첫 대통령이자 5공화국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쿠데타를 주동한 전력으로 '문민정부'의 칭호를 김영삼 정부에 넘겨줘야 했다. 지난해 10월26일 노 전 대통령 국가장이 거행됐지만 국립현충원에는 안치되지 못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에서 추모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 위원장은 1987년 첫 직선제 대선을 떠올리면서 "그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통 사람'을 기치로 내걸고 '저 이 사람 노태우 믿어주세요'하시던 어른의 육성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노 전 대통령님은 우리 민족이 세계사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명예혁명'을 성취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님의 재임 기간은 정치 민주화와 함께 경제 민주화의 '거센 물결'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던 시절이다. 권위주의 통치 시절에 억눌려있었던 불만과 요구가 일시에 분출하던 시절임에도 노 전 대통령님은 무던한 인내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균형을 지키면서 묵묵히 경제 번영의 초석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인천국제공항, KTX 건설은 물론이고 오늘날 우리나라 곳곳을 사통팔달로 이어주는 수많은 도로 건설이 거의 모두가 노태우 정부에서 입안됐거나 시작됐다"고 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님의 시대를 정리하자면 '6.29 민주화 선언' '북방정책' '주택 200만호 건설' 이 세 가지 키워드가 먼저 생각난다"고 했다.
신문기자 출신인 정 비대위원장은 "저는 대통령님께서 민정당 대표위원 시절 말진 기자로 민정당을 출입했고, 외무부 출입 기자로서 북방정책을 표명한 원대한 7·7선언을 가슴 벅차게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노태우 정부 경제성과를 두고 "'단군 이래 대한민국의 경제가 가장 좋았던 5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5년 동안 연평균 8.4%의 성장을 지속했다. 취임 초 3321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퇴임할 때 7527달러로 두배 넘게 올랐다. '200만호 주택건설', 즉 제1기 신도시 건설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업적을 두고도 "극단적 대결의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야당과 의회주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을 추구했다. 1991년 지방자치 선거를 통해 30년 동안 맥이 끊겼었던 '지방자치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고 말했다.
또 "1988년 민화위(민주화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그때까지 5·18 '광주사태'로 불리던 광주의 시대적 아픔을 치유하고, 광주시민의 명예회복을 위해 실천적 노력을 기울였다"며 "몹쓸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도 당신께서 '마음의 빚'을 안고 있던 것들을 모두 갚기 위해 무진 애를 쓰셨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지난 2013년 "추징금 완납은 노 전 대통령 개인의 의미를 넘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역사에 대한 빚을 청산하는 소중한 의미"라며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2397억원을 완납했다. 아들 노재헌씨는 2019년 8월23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젠 대한민국의 역사도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보다 따뜻한 눈과 냉철한 가슴으로 제대로 평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한민국에 기여한 대통령의 공로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국립묘지에 모셔야 했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바라는 모습을 보였다.
정 비대위원장은 추도식 참석 직후 기자들을 만나 "모든 대통령의 역사에는 공과 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라며 "88올림픽 개최, 주택 200만호 건설, 8% 이상 눈부신 성장, 북방 정책 등은 노태우 시대에 남긴 대한민국이 전진을 이룩한 명징한 역사의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치인들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43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박정희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 비대위는 전날 윤 대통령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여당에선 정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등이 동참했고 대통령실과 정부에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이 참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는 맏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다녀간 것으로 사후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도 참석을 예정했다가 취소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국회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을 모시고 공식 참배를 갔다왔기 때문에 연이틀 참배를 가는 건 좀 안 맞는 것 같다"며 주최측에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정홍원 전 국무총리,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등이 참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북 구미 생가에서도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 등 200여명이 참여한 추모제와 추도식이 연이어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