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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우영우 같은 자폐증, 미지의 영역… 수천개 퍼즐 같은 험난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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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마다 환자 2배 이상 늘어나는 '더블링' 주목
연구역사 겨우 10~15년 치료제 허가 약물 없어
동물실험 통해 질환 원인·매커니즘 규명에 집중
환자 가족들에 희망고문될까… 연구발표도 조심
[이준기의 D사이언스] "우영우 같은 자폐증, 미지의 영역… 수천개 퍼즐 같은 험난한 길"
IBS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임에도 겸손했다. 자신의 연구가 자칫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희망고문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또 염려했다. 그 때문에 좋은 연구결과를 얻어도 연구업적을 알리는 데 각별히 신경 쓴다. 과학자로서 과학적 성과와 명예를 내세우기보다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연구에 가치를 두고 묵묵히 연구실을 지킨다.

시냅스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교수)의 연구에는 상대방을 향한 배려와 존중이 진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그는 박사학위를 위해 떠난 미국 유학 시절, 낯선 '시냅스'에 꽂혀 30년 가까이 이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후 199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형성 과정과 원리를 규명한 것을 시작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시냅스 기반의 정신질환을 밝혀내는 연구를 통해 글로벌 신경과학계를 이끄는 과학자로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다.

김 단장은 "인간의 뇌에는 100조 개가 넘는 시냅스가 있고, 그 시냅스는 수백, 수천 종의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단 하나의 시냅스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시냅스 생성과 성장에 문제가 발생해 뇌 신경회로에 영향을 줘 정신질환이 발생한다"며 시냅스와 뇌 정신질환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자폐증, 아직 알지 못하는게 많아"=최근 들어 자폐증이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조현병(정신분열), 정신박약 및 정서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단장의 연구는 뇌 정신질환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폐 조기 진단과 유기 치료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연구성과를 통해 향후 자폐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 단장은 "통계에 따르면 자폐증은 10년마다 '더블링(환자가 2배 이상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자폐증 관련 유전자가 1000개로 보고되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자폐증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물이 없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그룹이 연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자폐증 관련 연구는 시작한 지 10∼15년밖에 되지 않아 역사가 짧고,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앞으로 넓이와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자폐증을 조기 진단과 치료 가능성을 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생명 소중함 느껴 약대 진학 후 '신경과학'과 인연=김 단장은 고등학교 시절 공과대학에 진학하려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로를 약대로 바꿔 진학했다. 약대에 들어가 화학, 생물 등 생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종합적으로 공부하면서 학업에 대한 흥미와 깊이는 더욱 깊어졌다. 이후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했다. 약대에서 배운 약물이 우리의 신경계와 밀접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신경과학 분야를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김 단장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박사과정에 들어서면서 신경과학 분야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고, 신경세포와 밀접한 칼슘 이온통로를 연구하는 미국 하버드대 실험실 1호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시냅스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고 시냅스와의 첫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박사후연구원 시절인 1995년 뇌 속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내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시냅스 연구분야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시냅스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었기에 김 단장의 논문은 신경과학계에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후 20여 개의 시냅스 단백질을 추가로 발견해 시냅스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명성을 쌓았다.

김 단장은 "100조 개나 되는 시냅스에는 어떤 단백질이 있고,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신경전달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연구함으로써 방대한 영역의 뇌 정신질환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폐증, 10년마다 '더블링 현상'…발병·치료는 '미지의 영역'=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모은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식이 한층 높아졌다.

자폐증은 세계 인구의 2% 정도에서 발병하는 뇌 발달장애의 한 종류다. 여성보다 남성의 발병률이 4∼5% 높은 것으로 알려졌고, 10년마다 환자 발생이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사회적 상호작용(사회성) 결핍과 반복행동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병인이나 치료법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김 단장은 자폐의 원인을 인간 뇌 속 신경세포 자체보다는 이를 연결하는 '시냅스'에 주목했다.

현재까지 시냅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는 대략 1000여 개로 보고되고 있다. 수많은 시냅스 유전자 중 자폐증 발병 원인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을 가진 유전자를 찾는 연구에 세계적인 연구그룹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김 단장은 "1000개의 시냅스 유전자 중 임상환자 정보로부터 자폐증 발병에 가장 중요한 유전자를 찾아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유전자변형 실험쥐를 이용해 연구하고 있다"며 "최근의 임상연구를 보면 자폐증에 영향을 미치는 시냅스 유전자는 25%가량 되고, 나머지 75%는 비시냅스 유전자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아직도 많은 기초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이 이끄는 IBS 시냅스 뇌질환연구단이 의료진과 함께 특정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뇌발달 장애 임상정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대략 44명 중 1명꼴로 자폐증과 같은 뇌발달 장애 증상을 가진 것으로 확인했다. 그만큼 뇌발달 장애 증상을 보이는 유년기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폐증은 뇌발달 장애에 의한 것으로, 뇌 발달 시기인 3세 이전에 진단해 초기부터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뇌발달 장애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상호 영향을 미치는데, 대략 유전적 요인이 80%, 환경적 요인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시냅스 단백질이 결손된 정신질환 모델 생쥐를 제작해 발병 핵심 기전을 분자, 세포, 이미징, 전기생리, 동물행동 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규명해 최종적으로 자폐증 등 뇌 정신질환 발병 원인과 매커니즘을 밝히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점점 깊어지는 자폐 연구…'세계 선도 연구그룹' 도약=부산대 약대 교수를 거쳐 대학원 시절 모교였던 KAIST에 부임하면서 그의 연구는 깊이를 더해갔다. 2011년 ADHD가 뇌의 신경 시냅스 단백질인 'GIT1' 부족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유전자변형 실험쥐를 이용해 밝혀냈다. 이후 그의 연구영역은 지금 주력하고 있는 자폐로 넓혀졌다. 그의 연구 결실은 공동연구를 통해 더욱 빛났다. 2012년 자폐증이 특정 유전자인 'Shank2' 결핍으로 생긴다는 사실을 시냅스 단백질을 생성하는 Shank2 유전자 결핍 생쥐 모델에서 찾아낸 것이다.

김 단장은 "Shank2 유전자가 결핍된 실험쥐들은 새끼를 돌보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행동하면서 다른 쥐와 어울리지 못하는 등 자폐증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여줬다"며 "Shank2 유전자 결핍은 시냅스가 형성되거나 없어지는 '시냅스 가소성' 현상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려 자폐 관련 연구자들이 많이 인용하고 있다.

자폐 분야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2012년 기초과학연구원(IBS) 출범과 함께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으로 선임됐고, 안정적인 연구환경 지원 속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자폐 연구그룹으로 발돋움했다.

2015년에는 자폐증,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에서 발견되는 사회성 결여가 특정 신경전달 수용체(NMDA 수용체)가 과도하게 증가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는 자폐뿐 아니라 정신분열증, ADHD와 같은 다양한 정신질환의 발병 원인 이해와 치료 전략을 제시한 연구결과라는 점에서 관련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제시했다.

◇"넓이와 깊이는 연구에 매진할 것…사람·지원·기다림 더해질 때 노벨상 가능"=김 단장은 자폐 정복을 위한 그의 연구를 수천 개가 넘는 그림 조각의 퍼즐을 맞추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자폐치료제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연구그룹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자폐라는 정신질환의 방대한 그림조각 퍼즐을 유전자변형쥐를 이용해 맞춰가고 있다"면서 "자폐 정복까지는 상당히 험난하고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자폐치료제 하나 없는 현실에서 연구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환자나 가족분들의 문의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이나 치매, 파킨슨병이 오랫 동안 연구가 이뤄졌음에도 지금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듯이, 자폐 연구도 시작한 지 10∼15년밖에 안 됐다"며 "그만큼 정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질 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 우리의 연구가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주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3세 이전 유년기에 자폐를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자폐 증상을 평생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는데, 이 때도 자폐 환자나 가족들이 상심하지 않도록 '실험쥐'라는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30년 넘게 기초과학 분야 과학자로 살아오면서 올해도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생각과, 미래 신경과학자를 꿈꾸는 과학 꿈나무들을 위한 격려와 조언도 풀어놓았다.

김 단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 정부의 지원, 기다림의 시간이 더해지면 앞으로 우리나라에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분명히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할 것"이라며 "미래 과학 꿈나무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면서 만약 실패하더라도 다시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다 보면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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