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선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연구본부 책임연구원
![[기고] 핵융합에너지에 한발 다가가고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10/2022102002102369660002[1].jpg "[기고] 핵융합에너지에 한발 다가가고 있다")
최근 영국에 있는 유럽연합 연구 장치 토카막(JET)에서 점화조건에 도달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하여 아직 10초를 넘어서는 시간 동안 이를 유지하였던 적은 없다. 연구로 단계에서 가능성만 보여주는 지금까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핵융합에너지를 실증하기 위하여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유럽연합, 인도,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은 공동으로 초대형 핵융합실험로인 ITER를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지역에서 건설하고 있다.
그러면 핵융합의 점화 조건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한 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과학 프로젝트라고 불릴 만큼의 거대 장치를 건설하려는 과감한 결정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바로 그동안의 실험데이터 분석을 통해 장치의 크기를 포함한 운전변수와 플라즈마 성능의 관계를 도출하였고, 이를 통하여 훨씬 더 거대한 규모의 장치에서도 그 성능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고려한 플라즈마가 현재 가장 대표적인 핵융합 장치 운전 방식인 H-모드(High confinement mode)이다.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방식으로 불리는 H-모드는 1982년 독일의 핵융합장치 ASDEX에서 기존 플라즈마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운전 성능이 개선되는 현상을 발견하여 이름 붙여졌다. ITER의 완공 후 시작되는 실험에서는 이 H-모드를 기반으로 핵융합 플라즈마에 도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핵융합 플라즈마의 상태에 도달하는 방법이 H-모드 하나뿐일까? 핵융합 연구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핵융합 플라즈마 상태를 달성하기 위해 장기 로드맵을 세우지만 이는 새롭게 개발되는 기술이나 연구를 진행하면서 알게 되는 새로운 사실들로 인하여 부분적으로 혹은 대대적으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
탐험으로 비유한다면, 중간 목표 지점과 도달하는 방법이 눈에 보이는 세계 최정상의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보다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 어딘가에서 그 극점을 찾아가는 것과 더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H-모드가 우리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 수 있으므로 향후 핵융합 플라즈마에 도달하기 위한 새로운 후보를 찾고자 하는 연구도 계속 진행돼야 한다. 새로운 후보 중 하나가 어쩌면 핵융합 연구에 관한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의 도약대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프로젝트인 KSTAR는 1억도가 넘는 이온 온도를 30초 이상 유지하였고, 이와 관련해 새롭게 발견한 플라즈마 운전 방식을 네이처 학술지에 'FIRE 모드'라고 이름 지어서 보고했다, 이 모드는 기존 H-모드가 지닌 단점인 경계영역 불안정성 현상(경계영역에 한정된 주기적인 플라즈마의 입자 및 에너지 방출)이 일어나지 않아 핵융합 장치 내벽 손상의 우려가 없으면서도, H-모드와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는 새로운 플라즈마 운전 방법으로 여겨진다.
기존 운전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핵융합에너지에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아직 더 많은 데이터 획득과 집중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로는 충분히 FIRE 모드의 확장 연구를 진행할 가치가 있다. 이를 위해 같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관 및 학계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구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하여 인류가 원하는 미래에너지, 핵융합에너지에 도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이 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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