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넘어서도 韓경제 괜찮나

20·21일 美 추가 금리인상 확실
"수출·무역수지 개선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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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400원 넘어서도 韓경제 괜찮나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1400원에 육박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OMC)가 이번주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다시 큰폭의 기준금리 인상 단행이 확실시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과연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 통화 긴축에 '킹달러' 지속"=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1399.0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1390원을 돌파한 데 이어 1400원까지 넘봤으나, 1388.0원으로 마감하며 전날보다 하락했다.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을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

다만 당국의 개입이 1400원대를 막겠다는 목표는 아닌 것으로 보여 환율 1400원 돌파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에 이어 13년만에 1400원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는 배경에 '킹달러'(달러 초강세)가 있다. 연준은 30여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9월 FOMC에서도 0.7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달러화는 몸값을 높이고 있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올들어 14.6% 상승했다. 이달 초에는 110선까지 오르며 20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올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4.4%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했다. 달러 인덱스가 오른 만큼 하락한 수준이다.



◇금리인상 '걷는 한국, 나는 미국'= 연준이 이번주 중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2.25∼2.50%에서 연 3.00∼3.25%로 상승, 한국의 기준금리(연 2.50%)를 웃돌아 금리 역전 현상이 재연된다. 통상적으로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지만, 연준이 올들어 지금까지 금리를 4차례에 걸쳐 2.25%포인트나 인상함에 따라 양국 기준금리는 7월 말부터 한 달 가량 역전된 바 있다.

당초 9월 FOMC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은 0.5%포인트~ 0.75%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8월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0.75%포인트~ 1%포인트로 높아졌다. 이 중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이 시장의 중론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의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준 금리 변경 확률을 추산하는 페드워치에 따르면 0.75%포인트 인상 확률이 82%로 1%포인트 인상(18%)을 크게 앞섰다.

FOMC는 9월에 이어 연내 11월과 12월 두차례 더 예정돼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8월 물가 지표 발표 전 연 3.90%에서 발표 후 연 4.23%로 급등했다. 연준이 11월 회의와 12월 회의에서 모두 0.5%포인트씩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올해 통화정책 회의가 10월과 11월 두차례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회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의 사전 예고처럼 0.25%포인트씩 인상하더라도 한국의 기준금리는 3.00%에 그치게 된다.이럴 경우 연말 미국 기준금리(연 4.00∼4.25%)와 한국(연 3.00%)의 격차는 1.00∼1.25%포인트로 벌어진다. 한·미 기준금리가 이같이 역전돼 격차가 벌어지면 한국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을 야기해 환율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 없나=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 말 기준 4364억3000만달러로 한달새 21억8000만달러 줄었으나, 한국은행은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 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7월 50bp(1bp=0.01%포인트)대에서 최근 30bp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CDS 프리미엄이 낮을수록 신용 위험이 낮다는 의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상황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긴장하며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경제상황이 과거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에 버금갈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기업 부도, 금융기관 부실화, 유동성 위기 등이 발생할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8700만달러 적자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이번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논의 가능성에 대해 "공통 관심사여서 자연스러운 논의가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의 재고는 빠르게 쌓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산업활동동향의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18.0%로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이 대폭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는데 한국 통화당국은 0.25%포인트 인상으로 계속 가겠다고 하면서 투자자들이 원화를 팔고 있다"며 "원화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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