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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칼럼] 韓서 전기차 못 만들겠다는 GM, 그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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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산업부장
[박정일 칼럼] 韓서 전기차 못 만들겠다는 GM, 그 씁쓸한 현실
한국GM 노조가 2년 째 한국 공장에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본사는 묵묵부답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GM이 한국 공장에 전기차를 배정할 가능성은 더 없어졌다. 실판 아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당초 이달 말로 예정했던 한국 방문을 미룬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사실 한국GM이 전기차 생산을 배정받을 수 있는 기회는 지난해에 있었다고 한다.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O) 대표가 작년 11월 한국을 방문했던 때가 절호의 기회였다. 당시 키퍼 수석부사장이 들고 있던 검은색 007 가방에는 한국GM 공장의 전기차 전환 계획에 대한 서류가 담겨있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그는 2025년까지 한국 시장에 전기차 10종을 출시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4% 미만에 불과하다. 세계 전기차 판매량 3~4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GM의 넘버2 경영진이 직접 와서 설명할 만한 시장은 아닐 것이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키퍼 수석부사장은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배정하는 대신 내연기관쪽 인력 일부를 구조조정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뜻을 전했지만, 정부가 이를 거절해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당시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여서 노동계 눈치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현대차·기아의 상황을 보면 GM이 왜 정부에 그런 제안을 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IRA법이 통과하면서 미국 내 전기차 생산라인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는데, 현대차·기아 노조는 자신들의 동의 없이 기존 계획에 없는 전기차는 단 한 대도 미국에서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시장은 그 규모보다 시장 반응을 점검하는 '테스트 베드'의 역할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반 인프라가 좋고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나 눈높이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 생산성과 유연성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악이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생산공장을 짓기에는 매력이 떨어진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고 비용은 27.4주치의 주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는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비용이다. 물가 등을 고려한 급여 수준은 이미 일본을 뛰어넘었다. 게다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엄격한 주52시간 근무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관련 규제는 날이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가 2022년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결과를 보면, 한국의 종합 순위는 63개국 가운데 27위로 중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해고비용은 54위, 노동규제는 44위, 기업경쟁력 관련 법과 규제는 5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생산성이 51위인 것은 오히려 노동자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나다고 평가할 만 하다.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 열풍이 불고 있는 이 때에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내연기관차의 생산을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했다"면서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한탄했다. GM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산업경쟁력보다는 정권 연장에만 집착한 결과물이 바로 광주형 일자리였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등 미래 핵심 제품의 생산라인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는 물론 보조금 압박까지 가하는 지금, 우리 정부는 노동계와 지역이기주의의 표심 눈치만 보느라 공장 하나 제대로 시원하게 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커녕 하도급법 때문에 협력사 인력까지 정규직으로 직접 뽑지 않으면 처벌받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 산업의 현실이다.

이런 사이에 젊고 우수한 인재들은 삼성전자보다 몇배 월급을 더 주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생산 인력은 가파르게 노령화되고 있다. 공채 출신인 한 대기업 팀장급 50대 직원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와 기업들이 혁신을 못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과 같은 소위 '꼰대' 간부급 직원들 탓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꼰대들이 젊은 인재들의 앞길을 막게 돕는게 아니라, 그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남의 얘기가 아닌 씁쓸한 현실이지만, 나라와 경제, 그리고 기업은 계속 발전해야 한다. 내 자리만 지키려 하다가는 나라도, 정권도, 기업도, 그리고 10여년 뒤에 받아야 할 내 국민연금도 망하게 된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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