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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칼럼] 떼법 근본원인은 `하청구조`,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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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산업부장
[박정일 칼럼] 떼법 근본원인은 `하청구조`, 해법 찾아야
"가족과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달라고 하는 것이 불법인가." 이는 양동규 민노총 부위원장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협상에서 했던 말이다. "하청 근로자들이 직군마다 다르지만 하루 8시간만 일하던 지난해에도 월 300만~400만원까지는 받았던 것으로 안다. 2012년 조선업 호황이던 월 800만원 수준까지 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근무하는 한 본사 관계자의 말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51일만에 극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파업으로 원청과 하청 간 갈등은 더 깊어졌다. '법과 원칙'은 여전히 표어에 불과했고, 정부의 대응은 화물연대 파업 때와 마찬가지로 미봉책에 그쳤다.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소위 '떼법'에 대한 근본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같은 상황은 반복될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과 이번 파업 모두 하청과 재하청의 구조적인 문제를 '떼법'으로 해결하려 했던 고질적인 노동운동의 병폐를 동시에 보여줬다.

조선업의 경우 본사와 하청, 재하청이 거의 수직구조로 이어진다. 그 이유는 10년 안팎인 배 교체주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황과 호황이 반복되는데, 본사는 이에 따른 인건비 등 유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청업체를 쓰고, 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수십년 동안 형성됐다.

애시당초 하청의 목적이 불황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기 때문에, 불황의 충격파도 하청업체가 더 크게 받는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4월까지 원청 근로자는 7만2400여명에서 3만1500여명(약 44%) 줄었는데, 하청 근로자는 13만900여명 중 7만8700여명(약 60%)이 줄어들었다. 하청업체들의 경영위기가 더 심각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임금 역시 마찬가지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 연 평균 급여는 2015년 7500만원에서 지난해 6700만원으로 800만원 줄어든 데 비해 하청업체 임금은 초과수당 비중이 높기 때문에 거의 반토막이 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하청, 그리고 재하청과 재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구조 상에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더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은 불가피한 시장논리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이 이어지자 완제품 제조업체보다 부품·소재 업체들의 실적이 더 악화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청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원청에게도 간다. 그런데 지금은 대우조선해양도, 하청업체들도 모두 피해자다.


이번 갈등의 원인이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본사 경영진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산업은행에 임금 인상을 요구해도, 자금 회수가 우선인 산업은행이 이를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는 제보가 현장에서는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계의 특성 상 짧은 호황 뒤에는 또 다시 내리막이 찾아온다. 호황 때에는 '조금만 더 기달려 달라'고 했다가 불황기에 진입하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받았던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더 조급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경영정상화가 되면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노동자들의 처우보다는 매각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는 의심이 이번 파업의 저변에 짙게 깔려있다.

그렇다고 '떼법'으로 모처럼 호황기에 진입한 본사의 발목을 잡는 것은 한 마디로 '어차피 죽을 거, 모두 다 죽자'는 식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애초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살린 것 자체가 '잘못 끼워진 첫 단추'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미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이상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에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상생의 묘수'를 살려야 할 것이다.

단 이번 파업으로 발생한 8000억원 이상의 피해는 어떤 방식으로든 '법과 원칙'으로 엄벌에 처해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선례를 만들어야할 것이다. 몇 사람의 과격한 떼법 시위가 수만명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 직원들, 그리고 부산 옥포조선소 일대 주민들까지 피해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해 '법과 원칙'을 행동으로 단호하게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이번 사태로 불거진 원·하청 구조의 고질적 문제를 면밀히 짚어보고, 시장경제라는 대원칙 하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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