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대출금리 인하` 압박…금융권 `新관치` 논란 확산

금감원 이어 여당도 "폭리" 비판
인사권 쥔 당국에 CEO 눈치만
주인없는 은행도 '순치'에 익숙
"임대차법처럼 후유증 낳을 것"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연일 `대출금리 인하` 압박…금융권 `新관치` 논란 확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은행들을 상대로 대출이자를 낮추라는 정부와 여당의 압박이 거세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은행권이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금융당국은 연일 공개적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놓고 반대하진 못하지만 '신 관치시대의 도래'라며 우려스런 표정이 가득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며 "고통분담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생 경제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지만, 국민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고 있다"며 "금융업계 가치가 '이자 장사'라는 말로 치부돼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0일 17개 은행장들을 모아놓고 "은행들이 금리를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과도한 이자 장사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금융가에선 '신 관치금융' 시대로 되돌아가는 건 아닌가라는 의혹의 눈길이 거세다.

과거 정권들은 은행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개인 금고'쯤으로 여겼다. 돈 쓸 일이 있으면 은행들을 동원했으며, 대출과 판매 상품은 물론이고 대표이사 선임에 개입하는 일도 빈번했다. 마음에 안드는 경우 서슴지 않고 최고경영자(CEO)도 갈아치웠다.

금감원은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 저지를 시도했다. 2009년엔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2010년 회장 선출 과정에선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회장직 도전을 막았다.

임원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뽑는다지만 금융감독당국이나 정치권의 후원이 있어야만 은행 CEO가 될 수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코로나19와 관련,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연장도 일종의 관치로 볼 수 있다. 나중에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되는 걸 알면서도 은행들로선 정부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증시가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할 때 동원됐던 채권·증시안정펀드도 관치금융의 사례다.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했다지만 사실은 정부가 팔을 비틀어 만든 것이다.

'관치'는 한국 금융의 고질적인 병이다. 은행들의 주인(지배주주)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영진 선임과정에 깊숙히 간여해왔으며, 당국이 언제든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CEO들이 정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끔 했다.

금융권도 순치된 모습이다. 예대 마진이나 금리 등 스스로 판단해야 할 영역까지 간섭받는 데 익숙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비위에 맞춰 이번만 잘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기업들에게선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 세계 일류가 나왔지만 금융계에선 변변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등장하지 못한 건 관치가 금융 혁신을 막아온 탓이 크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인허가권을 무기로 은행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가격 규제는 반드시 '시장의 복수'(후유증)를 낳는다. 문재인 정권의 임대차 3법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혼란이 대표적 사례다.

한전이 망가진 것도 전기요금 결정에 정권이 직접 간여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는 이날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정유사에도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힘은 대기업들이 중소 협력업체들로부터 제품을 구입할 때 원자재 가격상승분을 반영토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도 추진중이다. 모두 새정부가 내건 '자유시장경제'라는 모토와는 역행하는 것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