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AI·빅데이터·로봇의 융합… `합성생물` 바이오 빅뱅 다가온다

합성생물학, 인간게놈프로젝트에 필적
고도화된 유전자 모듈로 새 생명체 구현
제약·에너지·농업 등 산업 활용도 넓어
경제적 가치 한 해 3조6000억 달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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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AI·빅데이터·로봇의 융합… `합성생물` 바이오 빅뱅 다가온다
생명연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소장


"모든 산업에 IT(정보기술)가 기반 기술로 쓰이듯, 앞으로 바이오 산업의 근간은 합성생물학이 될 것이다. 급속한 IT 발전에 힘입어 구글이 탄생한 것처럼, 합성생물학 기술 발전으로 바이오 분야에서도 구글에 버금가는 새로운 바이오 빅테크 기업이 나올 것이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연구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합성생물학이 바이오 산업에 상상 이상의 파급력을 미쳐 '바이오 빅뱅 시대'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이 같이 진단했다.

이 소장은 특히 "합성생물학은 AI, 빅데이터, 로봇 등을 융합해 이를 구현하는 플랫폼인 '바이오파운드리'와 만나 국가 간 바이오 패권의 핵심 기술 분야로 중요성을 높여 미래 바이오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성생물학은 인공적으로 생명시스템을 설계·제작(조립)·합성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DNA를 설계해 인공세포나 인공미생물 등으로 만들어 의약, 화학, 환경, 농업 등의 분야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마치 다양한 부품들을 조립해 기계장치를 만들듯, 단백질과 효소를 바이오 부품으로 산업에 유용한 인공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는 "최근 유전자서열분석과 합성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인공 생명체를 자유롭게 설계·제작해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합성생물학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미국은 번식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인공세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합성생물학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성생물학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미국 100%) 대비 75%로, 유럽과 중국에 비해 낮고,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선도국을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장은 바이오파운드리와 바이오-IT 융합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합성생물학 기술 기반의 바이오 실험과 제조공정을 자동화·고속화한 바이오 인프라를 뜻한다.※

그는 "후발주자인 우리가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공공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통해 민간기업을 육성하면서 IT-바이오 융합인력들이 바이오 분야에 보다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유인책과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과학만화 전집이 키워준 '과학자'의 꿈=이 단장은 어릴 적 어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사 주신 '30권 짜리 과학만화 전집'을 통해 과학자 꿈을 키웠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 과학만화 전집을 갖고 있는 친구들은 거의 없을 정도로 드문 책이었다. 이 소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 동네에 전기가 처음 들어 올 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시골 동네였음에도 어머니가 사 주신 과학만화 전집은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큰 자랑거리였고, 그것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과학과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대학에 진학한 그는 우리나라 '유전공학의 대부'로 불리는 한문희 박사와의 만남을 통해 유전공학의 매력에 빠져 생명공학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한 박사는 이 소장이 근무하고 있는 생명연 초대 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한문희 박사님의 유전공학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후, 생물학적 다양성이 주는 새로움에 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석·박사 과정에서 생물공학 전공을 선택해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합성생물학'과 첫 인연…15년 간 '외길' 개척=이 소장은 석·박사 시절 컴퓨터를 활용한 생물공정의 최적화 이론을 구현하는 연구를 주로 수행했다. ※포트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혼자서 프로그램을 짤 수 있을 정도로 컴퓨팅 프로그래밍 실력을 쌓으며 연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공학적 관점에서 보다 실제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하던 연구를 접고, '내열성 효소' 연구를 새롭게 시작했다.

그는 "요즘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AI,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한 상황이지만, 그 때만 해도 연구에 적용하기 힘들고 비전이 없다는 이유로 다들 꺼려하는 분위기였다"며 "끈기있게 내열성 효소와 미생물 연구를 계속 하면서 2006년부터 합성생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합성생물학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 소장은 1996년 생명연에 들어온 이후 지난 30년 간 효소공학 분야를 주로 연구했다. 그 중에서 인공 유전자 회로를 이용해 단일세포 수준에서 효소활성과 인공 진화 등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부품화, 모듈화 등을 통한 합성생물학이 중요한 연구 수단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인공 유전자회로를 이용해 세포대사, 효소활성 등을 감지하고, 필요에 맞게 이를 조절할 수 있는 합성생물학에 끌려 2008년 인공 유전자회로 관련 연구 아이디어를 낸 후 생명연에서 15년 간 합성생물학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2013년부터 미생물, 단백질, 통계, 전자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연구자들을 모아 합성생물학 연구조직을 꾸리기 시작했고, 지난 10년 동안 유전자회로 개발 등 글로벌 수준의 연구조직으로 키워왔다.※

이후 생명연은 이 소장과 합성생물학 연구자들의 체계적인 연구 지원을 위해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을 신설했고, 지난달에는 '합성생물학연구소'로 조직을 확대했다.

◇합성생물학, 미래 바이오 산업의 '게임 체인저'=합성생물학은 2000년대 바이오 분야에 대변혁을 가져온 인간게놈프로젝트에 필적할 만한 기술로, 미래 바이오 산업의 게임 체임저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합성생물학 시장은 연 평균 28%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으며, 바이오 관련 전(全) 산업에 막대한 경제적·산업적 파급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 소장은 "합성생물학은 생명공학이 지닌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에서 연구가 처음 시작됐다"면서 "통계적 예측이 가능한 생물학적 부품 간 조합을 통해 모듈화해 보다 복잡하고 고도화된 기능을 위해 합성생물학은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생명공학은 생명체가 가지는 유전적 다양성을 생물학적 기능 차원에서 연구해 왔다. 이에 반해 합성생물학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DNA를 설계해 해석이 완료된 유전자 정보 조각들을 고도화된 유전자 모듈로 만들어 이전에 없던 생물체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띄고 있다.

※이미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를 기계 부품처럼 갖다 써서 우리가 원하는 물질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열어준 셈이다.※그는 "합성생물학을 계기로 비로소 바이오 기술은 설계와 예측이 가능해졌다"며 "개별 세포를 모듈화, 부품화해 원하는 인공 생명체를 설계했던 그대로 제작, 합성할 수 있어 제약, 에너지, 화학, 농업 등 산업적 활용도가 매우 넓어 바이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투자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합성생물학의 진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발휘됐다. 모더나가 코로나19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개발할 때 mRNA가 안전하게 세포로 전달돼 인체에서 적정 수준의 항원과 그에 대항하는 항체가 생산되도록 '인공 mRNA'를 대량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 덕분이었다.

이 소장은 "모더나는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 등을 통해 한 달에 평균 2000개의 mRNA를 신속하게 합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인 '긴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와 협력을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등 바이오 디지털 전환에 앞장=이 소장은 과거 인터넷이 IT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듯이, 합성생물학이 새로운 바이오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킨지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합성생물학은 400개의 잠재적 활용 부문이 있으며,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2030∼2040년 사이에 한 해 3조60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합성생물학의 미래 시장 전망은 1990년대 말 인터넷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맞먹을 정도로,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앞으로의 바이오 패러다임은 IT융합과 자동화, AI 등으로 구현되는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를 통해 누가 얼마나 빨리 디지털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뉴 바이올로지 시대'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합성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미국은 지난해 6월 '미국혁신경쟁법'에서 합성생물학을 10대 핵심기술로 지정하며, 핵심기술 개발과 인력양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역시 합성생물학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선전시에 대규모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는 등 발빠른 행보에 거듭하고 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정부 주도의 바이오파운드리 구축과 IT융합 인력양성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합성생물학 전문인력을 부족한 상황이지만 BT, IT 우수인력을 합성생물학 분야로 유입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이준기의 D사이언스] AI·빅데이터·로봇의 융합… `합성생물` 바이오 빅뱅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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