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만 하위법령 없어 체계적인 플랜 짜기 어려워
일반대·전문대·폴리텍대 역할 중복 문제 심각
학문중심연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 '재구조화' 필요
일반대·전문대·폴리텍대 역할 중복 문제 심각
학문중심연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 '재구조화' 필요
전문대학 발전이 새 정부 교육 개혁의 1순위 과제로 떠올랐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내용 중 교육 분야의 목표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로 잡고 창의적인 교육으로 미래인재를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를 위해 산업과 직업 구조 변화에 대응해 전문대학을 직업전환 교육기관으로 지정·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전문대학도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고등교육전문기관으로 도약하기 거듭나기 위해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보형(사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전문대학이 발전하려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교육 플랜을 짜고 일반대와 전문대, 폴리텍대학 등 직업교육기관간 역할도 명확하게 구분해 전문대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직업교육법(가칭)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보형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문대학이 새 정부와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가 직업교육법 제정인데, 직업교육법 제정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재정 투자 효율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행 교육기본법에는 다양한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 및 국가·지자체의 책임을 정하고 있으며 교육기본법 제21조(직업교육)에는 "국가와 지자체는 모든 국민이 학교 교육과 평생교육을 통해 직업에 대한 소양과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보형 사무총장은 "교육기본법상의 유아교육이라든지, 초·중등 교육, 고등교육, 평생교육 이런 부분들은 다 하위 기본 법령이 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한 5년 주기의 기본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직업교육은 하위 법령이 없다 보니까 5년 단위 기본 계획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러다 보니까 대부분의 직업교육 정책이 단기적으로 이뤄져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할 수 없다. 그래서 직업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현재 일반 대학과 전문대학,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 등 직업교육 기관 간 기능 중복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지방 일반 대학의 경우 전문대학이 잘하고 있는 학과를 카피해서 손쉽게 운영하고 있으며 폴리텍대학 같은 경우에는 전문대학이 주는 학위와 중복적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등·고등·평생 단계별 직업교육 간 연계와 현행 고등교육기관을 기능에 따라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 대학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보형 사무총장은 "학문연구중심대학은 학부 정원을 감축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직업교육중심대학은 일반대학 중 희망하는 대학, 전문대학, 산업대학, 기술대학, 폴리텍대학 등을 포괄하는 실무중심의 대학으로 육성하면 고등교육기관 간의 기능 중복을 해소하고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그동안 전문대학은 산업수요 변화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과정 개편과 전공 운영을 통해 졸업자의 약 60% 이상을 중소기업에 취업시켜 경제 활동을 수행토록 함으로써, 중소기업 맞춤형 인력을 양성·공급하고 청년실업 완화에 기여했으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안 중 하나인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계층사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우리 사회 전반의 저출산 및 고령화 추세로 인한 학령 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그리고 청년층의 도시 집중에 따른 지방 소멸 등 급격한 사회·경제적인 변화 속에서 전문대학이 나가야 할 미래 방향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다만, 전문대학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점을 감안해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재정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얽히고설킨 규제들, 확 풀고 추가 제도 개선도=이보형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전문대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들을 푸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전문대학과 관련해서 변화를 보면 2000년대 정원이 약 30만명 가까이 됐었는데 현재 15만 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정원이 줄고 14년간 등록금이 동결되다 보니까 재정 여건도 등록금 대비 경직성 비율이 85%로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악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변화를 반영하여 전문대학이 산업구조의 변화, 인구구조의 변화, 지방소멸 문제 등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올해 4월 교육부에서 기본 재산과 관련해 규제 완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했는데 앞으로는 대학평가 부분과 등록금 관련 규제 부분에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등록금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일반 대학 대비 간호학과 등록금 같은 경우는 약 80% 수준이다. 동일한 평가를 받고 있고 동일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80%로 운영하라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는 국가장학금 2유형이라는 게 있는데, 2유형을 보면 법령상으로 볼 때 약 10% 정도 교내 장학금이면 되는데 이게 서로 평가할 때 인센티브를 주다 보니까 지금 약 15% 수준까지 와 있다. 이런 부분도 약 1500억원 수준의 재정 부담이 되고 있는데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현재 국정과제 속에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을 대학까지 쓰도록 하는 것을 두고서는 "교육계와 경제계에서 굉장히 논란이 많다. 교육계 쪽에서는 현재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이 초중등 분야에 쓰도록 되어 있는데, 대학까지 쓰도록 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다. 앞으로 미래 교육을 위해서는 더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경제 당국에서는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가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전체의 재정 투자 부분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어서 최대 현안으로 등장했는데, 교육부도 고민을 하는 것 같다"라며 "단계적으로는 법률 개정 없이 대학도 교부금을 쓸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것 같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체계적인 고등직업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회계 제도 또는 고등교육 교부금 제도 등 고등교육 재정 확립을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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