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참여하면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의 의리를 보여줬다. 이 둘은 '고려대 동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데다 수소 등 신사업 영역에서도 협업에 나서고 있어, 국내 기업 성장과 혁신을 '밀고 끌어주는' 큰 두 축의 역할을 맡는다는 평이 나온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는 4대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 및 금융회사 등 40여곳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집단 중 오너로써 직접 참석한 기업인은 정의선 회장 외에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오창규 국동 대표 정도다. 삼성전자는 이인용 사장, LG는 하범종 사장, 롯데지주는 이동우 부회장, 포스코는 양원준 본부장이 각각 참석했다.
대한상의 측은 주요 기업에 이날 행사 참석 여부를 전달했고, 참석 여부와 참석자는 각 기업에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직접 참석하고 축사까지 한 만큼 최 회장이 직접 연략해 이날 자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게 재계 시각이다.
이날 정 회장은 대기업을 대표해 축사를 맡아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기업 역할을 사회가치 증진까지 확장하는 신기업가 정신이야 말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이라며 행사의 취지에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도 행사 시작을 알린 오프닝 영상에서 "기업의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선포식을 통해 세계에서 모범이 되는 신기업가정신이 뿌리 내리길 기대한다"고 전해 고대 인맥에 힘을 보탰다.
최 회장과 정 회장의 친분은 재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작년 9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발족한 수소기업협의체 'H2비즈니스서밋'도 최 회장과 정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둘은 지난 3월 SK인천석유화학에서 수소 사업협력을 추진하면서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을 추진했고, 이후 포스코그룹이 참여해 3개 그룹이 공동의장을 맡게 됐다.
최 회장과 정 회장은 '고려대 동문'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최 회장은 1983년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고, 정 회장은 1993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샌프란시스코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나이는 최 회장이 1960년생(62세)으로 정 회장(1970년생, 52세)보다 10살 형이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