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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독일의 `돌격 앞으로`...프로이센 전사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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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훈련 통해 정예병 변모
강하면 꺾여, 나폴레옹에 대패
숄츠, 국방비 GDP 2%대 확대
전범국서 유럽방위 책임국으로
일각선 '현대판 프로이센'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에 극적인 정책 변화가 일고 있다. '전범국가' 족쇄를 풀면서 사실상 재무장을 선언한 것이다. 막강한 경제력을 발판으로 이제 군사력까지 순조롭게 키운다면 과거 유럽 최강 '철혈(鐵血) 프로이센군'의 복권도 가능할 것이다. 프로이센의 '독수리'와 '철십자가'가 다시 등장할 것인가. '프로이센 전사(戰士)'의 부활 조짐을 세계는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철혈 육군'의 굴기와 몰락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10년 세월 동안 독일은 완전히 무장해제됐었다. 새로운 독일군인 '분데스베어'(Bundeswehr·연방방위군)가 출범했다. 1955년 새 독일군은 재편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 이런 독일군의 전신은 프로이센군이다.

1713년 프로이센의 두 번째 왕이 된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는 군사력 강화가 최우선 목표였다. 강한 군대를 원했고 이를 위해선 강한 훈련이 필요했다. 그는 독일 중부 안할트 공국을 다스리고 있던 안할트 데사우 공작(레오폴트 1세)을 초빙해 그 임무를 맡겼다.

데사우 공작은 보병 훈련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장비와 전술을 개혁했다. 그는 총구 속에 화약을 넣을 때 쓰는 꽂을대를 나무 소재에서 철제로 교체해 부러지는 일이 없게 했다. 칼을 총구에 꽂아쓰는 방식도 개선했다. 총신에 별도의 이음 고리를 부착해 소켓식으로 칼을 꽂을 수 있도록 했다. 칼 꽂기에 편리한 이 장치가 만들어지면서 프로이센군에서 장창병(長槍兵·파이크병)이 사라졌다. 대신 총검술을 본격적으로 가르쳤다.

그는 제식 및 행군 방식도 뜯어 고쳤다. 드럼 소리에 보조를 맞추면서 보폭까지 일치시키는 훈련을 매일 시켰다. 행군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피리 부는 병사'를 도입했다. 드럼과 피리 소리에 행군은 한층 질서정연해졌고 빨라졌다.

특히 그의 훈련방식은 가혹했다. 비인간적 체벌 제도를 만들었다. 병사 중 한 명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명령에 불복종하면 집단체벌을 가하도록 했다. 대표적인 것이 나무 회초리를 사정없이 맨 몸에 후려치는 체벌이었다. 다만 주먹으로 치는 것은 금지했다. 주먹으로 치는 것은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생각했다. 차츰 고도의 군율이 생겼다. 프로이센 병사들은 적보다 상관들을 더 무서워하게 됐다.

공작이 훈련시킨 프로이센군은 기계처럼 정확하게 작동되기 시작했다. 프로이센 보병은 방어할 때는 일제사격, 공격할 때는 총검돌격이 가능한 정예병으로 성장했다. 물론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훈련은 혹독했고 체벌은 가혹했다. 강한 군기는 프로이센군의 상징이 됐다.

프로이센군은 갈수록 강군이 됐다. 사관학교와 부사관학교가 설립되어 우수한 장교와 부사관들이 집중적으로 양성됐다. 이들에게 국가에 대한 사명감을 심어주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프로이센 전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하면 쉽게 부러진다'라는 말이 있다. 프로이센군은 1806년 예나-아우어슈테트 전투에서 나폴레옹에게 완패했다. 프랑스군은 높은 곳을 선점한 채 유연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였다. 반면 프로이센군은 경직적이었다. 결과는 궤멸이었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혁명군은 프로이센군을 격파한 후 베를린에 입성했다. 결국 프로이센은 엘베강 서쪽과 폴란드 지역을 나폴레옹에게 내줬다. 1억2000만 프랑의 배상금도 물어야 했다.

이 전투는 프로이센을 각성시켰다. 프로이센은 대대적인 군 개혁에 나섰다. 헬무트 폰 몰트케 장군이 개혁을 이끌었다. 그는 예나전투 패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 '프로이센 군기'부터 개선했다. 비인간적인 병영문화에 인권의 개념을 불어넣었다. 상관에게 집중되어 있던 권력을 해체해 부하들에게 위임했다.

또한 그는 근대적인 참모본부 제도를 도입해 작전능력을 배가시켰다. 과학기술을 무기 개발에 응용해 신형 소총과 대포를 개발했다. 철도를 병력 수송에 이용하고, 전신을 활용해 장거리 통신망을 구축했다.

개혁을 통해 강군으로 거듭난 프로이센군은 1866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을 와해시켰다. 1871년 보불전쟁에선 파리에 입성해 나폴레옹 3세의 무릎을 꿇렸다. 이때부터 세계 각국은 앞다퉈 프로이센군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본 육군은 프로이센 육군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이센 군기'는 일본군 특유의 구타와 기합으로 변형됐다. 가장 악습이 소위 '줄빳다'였다. 이는 일본군 출신의 조선인 장교를 통해 한국 군대에도 전이됐다.

프로이센군은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뒤인 1918년 해체되었다. 1935년 나치 독일은 징병제를 실시하면서 군대를 다시 만들었다. 히틀러 '제3제국'의 군대는 프로이센군의 후예라는 정통성과 자부심이 강했다. 당시 나치 장교들은 자신들을 '독일군 장교'가 아닌 '프로이센 장교'라고 불렀다.

◇'푸틴의 전쟁'이 쏘아올린 재무장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은 독일에겐 '역사적인 날'이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새내기 총리' 올라프 숄츠는 이날 현대 독일의 군사·안보 정책을 확 바꿔버렸다. 이날 숄츠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국방예산 대폭 증액 등 독일의 안보 정책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독일 연방방위군 현대화를 위해 올해 1000억 유로(약 133조5800억원)의 특별예산을 추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연간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1.4%다. 이로써 독일은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이 세계 평균(2% 안팎)에 도달하게 됐다. 게다가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지역에는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버린 것이다. '전범국가' 독일이 재무장을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숄츠의 대담한 조치에 의회에 모인 상당수 의원들은 환호했다. 일부는 기립박수까지 보냈다. 물론 야유도 나왔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의원들도 있었다. 전후 독일에서 군사·안보 정책이 이렇게 크게 바뀐 경우는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독일 보수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FAZ)는 "숄츠 총리가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면서 "중도적이고 평화를 강조했던 독일의 정책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전후 시대' 졸업하고 돌격 앞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일제히 전시(戰時) 모드로 들어갔다. 무기를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유럽 전체로 확대됐다. 중립적이고 비동맹 정책을 취해 온 스웨덴과 핀란드도 '역사적 결정'을 고려 중이다. 나토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일은 '푸틴의 전쟁'으로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 기회를 얻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독일은 줄곧 속죄의 길을 걸어왔다. 군사외교는 사실상 부재했다. 대신 경제외교가 강조되었다. 이는 독일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대국으로 이끌었다.

독일이 부유해지자 미국과 다른 나토 회원국들은 독일에게 더 많은 국방비 지출을 요구해왔다. 독일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상황을 돌변시켰다. 미국은 독일의 재무장을 환영하면서 독일이 앞으로 동유럽 방위를 이끌기를 원한다.

하지만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재무장은 우려감을 낳는다. 독일의 힘이 강해졌을 때 항상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과거 프로이센 제국의 오토 폰 비스마르크 재상은 프로이센군을 통해 독일을 통일해 '제2제국'을 출범시켰다. 제2제국은 1차 세계대전을 촉발시켰다. 히틀러의 '제3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독일이 군대를 재건한다고 들었다"면서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그 이유를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독일이 '전후 시대'를 졸업하고 있다. 세계 지도가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에 '현대판 프로이센'의 그늘이 드리울지도 모를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적어도 이 전쟁이 독일을 변화시켰다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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