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
![[기고] 혜성이 지구에 떨어진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0302103069660001[1].jpg "[기고] 혜성이 지구에 떨어진다면")
영화 개봉 이후 소행성이 주 전공인 필자는 염려와 호기심이 섞인 문의를 여러 건 받았다. 소행성 관련 대중강연에서 받는 질문도 이와 비슷하다. "지구는 소행성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가요?" 나의 답변은 항상 "YES"다. "앞으로 100년 동안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일은 없어요." 그리고 바로 덧붙인다. "다만 인류가 이미 발견한 소행성 중에서만요."
실제로 지구 궤도와 만나거나 접근하는 새로운 소행성이나 혜성을 발견하면 그 즉시 지구와의 충돌 확률을 계산한다. 다행히 현재까지 인류가 발견한 3만개 가까운 근지구천체들의 궤도를 향후 100년간 시뮬레이션을 해봤을 때 지구 충돌 확률이 높은 소행성이나 혜성은 없다.
태양-지구 거리의 1.3배보다 작은, 즉 지구공전궤도 근처에 위치하는 천체를 근지구천체라고 부르는데 현재까지 발견한 근지구천체 약 2만8,250개 중에 99.6% 정도가 소행성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소행성이 아니라 가끔 출현하는 혜성의 충돌로 시나리오를 잡은 것은 적절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전 지구적 피해를 입힐만한 1km급 소행성은 현재 기준 약 95% 이상 발견됐다. 즉, 지구 재난 수준의 5~10km 크기의 소행성이 갑자기 발견될 확률은 매우 낮다. 둘째로 혜성을 포함한 태양계의 모든 천체는 근일점(태양과 거리가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공전 속도가 가장 빠르다. 충돌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으로 커지므로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위험하다. 딥임팩트, 그린랜드 등 많은 재난 영화에서 혜성의 지구 충돌을 소재로 삼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앞서 필자가 자신 있게 답변하긴 했지만, 지난 2013년 소행성이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해 1,600명이 넘는 부상자를 초례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류가 사전에 발견치 못한 작은 크기의 소행성 충돌로 인한 피해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이 사건 이후로 유엔에서는 국제 소행성 경보네트워크와 우주임무 기획자문그룹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국제적인 대비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또한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행성방위학회에서는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세우고 모의 훈련을 시행한다. 크기 100~200m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기 7~8년 전에 발견하는 것을 가정으로 하는데 이 정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발견하게 되는 경우 로켓 등을 직접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 변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2021년에는 영화처럼 충돌 6개월 전에 발견하는 것을 가정했는데 결국 현재 인류가 가진 기술로 궤도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고 정확한 충돌 위치 계산을 통해 해당 지역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뜻밖의 지구적 사고에 지구인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일은 지구에 위협이 되는 소행성을 빨리 발견하는 일이다. 미국인이 아니라도 걱정 마시라. 한국에도 NASA의 지구방위합동본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지구위협 소행성 조기 발견을 위한 망원경을 개발 중이다. NSOS(Near Space Optical Survey)라고 부르는 이 망원경은 1.5m급으로는 남반구 최초의 소행성 탐사 전용으로 활용될 것이다. 현재 근지구소행성을 매년 1,000개 이상 발견하는 탐사 프로그램인 북반구의 카탈리나 전천탐사팀과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 망원경이 처음 관측을 시작할 2027년부터는 지구인들이 좀 더 편하게 발 뻗고 잠잘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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