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 충돌 위기가 완화되면서 출렁이던 유가가 일단 진정세로 돌아선 모습이지만, 이미 고유가 흐름이 고착된 상황에서 'E플레이션'(에너지+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물가를 잡기 위해 4월 말 종료될 예정인 액화천연가스(LNG) 관세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3.39달러(3.55%) 하락한 배럴당 92.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는 전일보다 3.20달러(3.32%) 하락한 93.28달러로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 소식에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9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완전한 안정세로 접어들지는 미지수다.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된다고 해도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석유 투자를 줄이고 있고, 코로나19로 위축된 수요가 살아나는 '보복소비' 등 고유가 전망을 높이는 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정세에 따른 에너지 수급전망' 보고서에서 군사적 충돌 긴장감이 다소 진정되고 지정학적 불안은 지속될 경우를 전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75~85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중립 영향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그린플레이션'도 진행 중이다. 전 세계가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발전 등에 필요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KTB증권은 보고서에서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인 리튬, 니켈 등은 2025년부터 공급 부족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 니켈 현물가격은 톤당 2만3950달러로, 연초 대비 15% 넘게 상승했다.
물가 상승 우려가 곳곳에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LNG 관세와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4월 말까지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 20% 한시 인하 조치와 LNG 0% 할당관세를 시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월 유가 추이를 지켜본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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