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두 지도자의 다른 길, 문재인과 젤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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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지리각각] 두 지도자의 다른 길, 문재인과 젤렌스키


최근 국제뉴스의 핫 클릭은 우크라이나다.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내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쪽 국경지대에 9만여 병력을 집결시켜 놓았다고 한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병합한 전력도 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우크라이나의 대응이다. 러시아에 순응적으로 나올 법도 한데 전혀 아니다. 미국과 EU(유럽연합) 영국 등 서방에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러시아가 침공하면 사력을 다해 막아낼 것이라는, 결코 꿀리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군 전력이나 국력 면에서 러시아의 상대가 못 된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 군사적 대응의 한계를 외교적 전략구사에서 만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웃에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강대국이 있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와 대한민국은 닮았다. 이웃 강국이 안보적 이점보다는 위협이 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물론 '그것이 현존하는 긴박한 것이냐'는 점을 따지면 위협의 강도는 다르다. 그러나 국가간 관계가 열전(熱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냉전(冷戰)적 측면에서도 살펴봐야하기 때문에 성격만 다를 뿐 위협은 위협이다.

그럼에도 두 나라 지도자의 대응이 너무도 다르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코 러시아에 굴종적이거나 비굴하지 않다. 서방과의 연대를 다층적으로 모색하는 등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3불(不)정책'이 보여주는 것처럼 중국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굴종적이고 미국 등 서방과의 연대에 거리를 두려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위기관리자세를 보면 볼수록 문재인 대통령의 친중 외골수 정책의 문제점이 도드라진다.

◇열세를 외교로 만회하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에게는 단독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낼 힘이 없다. 그래서 미국과 EU, 나토(NATO)에 지원의 손길을 요청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압박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믿지 못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추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EU 회원국인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해 영국도 연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밝히며 러시아를 자제시키려 하고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작은 나라가 아니다. 러시아에 비교해 약체임은 분명하지만 유럽 대륙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넓은 영토(60만3550㎢)를 갖고 있고 인구도 4370만명(2021년 기준, 미국 CIA 팩트북)에 달한다. '세계의 식량창고'라 불리는 비옥한 흑토지대에서는 씨만 뿌리면 엄청난 곡식이 쏟아진다. 결코 만만히 볼 나라가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대한민국과 몽골 사이의 종족적 유사성 이상의 동질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두 나라는 실은 민족적 뿌리가 같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0세기 키에반 루스(Kyiban Rus)라는 고대국가에서 유래한다. 13세기 몽골제국의 유럽 침입 이후 갈라졌다가 18세기 후반 러시아제국에 우크라이나 지역이 흡수되면서 줄곧 한 나라였다. 그러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독립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민족적 배경, 역사, 언어(우크라이나어는 러시아어와 매우 유사하다), 문화를 사실상 공유하는 형제국인 셈이다. 그런데도 왜 러시아는 동생 같은 나라를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 세 가지 측면을 들 수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만은 안 된다는 대서방 경계심 , 둘째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일부라는 러시아민족주의에 대한 향수, 셋째 대외에 타깃을 설정함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외부에 돌리고 국민적 단결을 도모하려는 푸틴의 정치공학적 술수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왜 중과부적의 러시아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며 대립을 자초하는 걸까. 전쟁을 하게 되면 결과는 보나 마나인데도 말이다. 물론 미국과 나토 등 서방의 강력한 저지와 제재가 예상되기 때문에 러시아가 실제로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우크라이나 절대 다수 국민들과 그들의 지지를 받는 정권이 러시아의 간섭과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빵보다 자유' 러시아에 비타협적인 국민들

사실 우크라이나는 EU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고분고분한 자세를 취하면 얻을 게 너무나 많다. 단적인 예를 이웃 벨라루스의 경우에서 찾을 수 있다. 친러시아 벨라루스는 러시아로부터 거의 원가 이하로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정제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해야 하는 우크라이나도 친러시아로 돌아서기만 하면 그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그 같은 '사탕'을 제시해왔다. 그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친러시아 반우크라이나 민간 무장세력을 러시아가 통제해줄 것이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권은 러시아를 거부한다. 자유민주주의국가 우크라이나가 '유사민주주의'의 독재국가 러시아의 간섭을 받을 순 없다는 국민적 자존심 때문이라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 같은 국민적 분출은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많은 피해를 입힌 것이 사실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반러시아 시위에 따른 혼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EU와 추진하던 포괄적 FTA(자유무역협정)협상을 중단했고, 러시아로부터 15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러자 정권의 친러 노선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고질적인 우크라이나 정치의 부패도 국민 봉기의 원인이 되긴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친러 노선 때문이었다. 장기적으로 EU가입과 나토국 지위까지 예상하던 국민들은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자유의 종' 젤렌스키와 상반된 문재인 대통령

우크라이나 국민 대다수는 젤렌스키의 친서방 노선을 적극 지지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유와 독립은 포기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여기에는 기성 정치인들의 부패사슬에서 벗어나 청렴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 출신 젤렌스키 대통령 자체의 매력도 한몫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젤렌스키는 청빈하고 친서민적인 대통령상을 그린 드라마 '자유의 종'의 대통령 역으로 졸지에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실제로 2019년 대선에 도전해 드라마 속 일이 현실이 된 케이스다. 유대인인 젤렌스키 뒤에 우크라이나 유대인 재벌이 버티고 있다는 말도 있고, 유약하다는 비판도 받지만 아직까지는 드라마 속 대통령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압박이 점점 강해지는데도 러시아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에서는 굽힘이 없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만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도 줄기차게 서방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받아달라고 주장한다. 지난 8월에는 폴란드 대통령, 스웨덴 총리 등 44개국 대표들을 초청해 크림반도 반환을 위한 '크림 플랫폼'이라는 반러 연대를 출범시켰다.

반면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적 지정학적 압박에 굴복해 지속적으로 친중 노선을 걷고 있다. 소위 대중 '3불 정책'(추가 사드배치 불승인,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계(MD) 불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추구)을 구두 약속하며 우리 안보를 중국의 입맛에 맞게 가두리 쳤다. 쿼드(Quad)와 오커스(AUKUS) 등 자유국가 연대의 참여 거부는 결국 친중적 행보나 다름없다.

최근에는 하필 반 중공(중국공산당정권) 국제 연대 선봉에 선 호주를 방문해 한중관계가 중요하다며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주민통제, 위구르와 티벳 등 소수민족 탄압, 공산당의 권력독점 및 남용, 부패 등이 만연한 중공에 대해 호주 국민의 80% 이상이 혐오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 자리를 가려 발언해야 했다. 그 모습에 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스콧 모리슨 총리는 에둘러 문 대통령을 타일렀다. "호주는 (한국의 안보에 대해) 관망국이 아니다"며 "호주는 6·25 전쟁의 당사국"이라고 일갈한 것이다.

우리 국민의 75%(PEW리서치 조사)가 중공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만큼 문 정권의 대중 굴종적 외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친중 또는 굴종 외교가 멀게는 평화적 통일의 기반조성, 가깝게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한 전략적 저자세라고 한다면, 백보 양보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더욱이 그런 스탠스가 과연 의도한 효과를 내고 있는지도 매우 미심쩍다. 사실 중국의 대북한 레버리지는 한계를 노정해왔다. 중국이 일부러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그들의 지도자에게 강력한 대러시아 대응을 요구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국민도 지도자에게 대중국 자존외교를 주문한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전혀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과연 어느 것이 자유민주주의 주권국가가 가야 할 길이고,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외교안보정책인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조만간 일도양단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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