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우인호 칼럼] 나는 유권자… 유쾌한 반란을 상상해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12/2021120802102269045001[1].jpg "[우인호 칼럼] 나는 유권자… 유쾌한 반란을 상상해본다")
PDR(Price to Dream Ratio)은 우리말로 '주가 꿈 비율'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주식 투자자들의 꿈과 희망을 반영한 주가인 셈이다. 흔히 주식의 가치를 얘기할 때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거론하는데 이로써는 해석할 수 없는 주가를 정당화할 때 쓰이는 용어다. 대표적으로 '높은' 테슬라 주가를 정당화시킬 때 인용되는 지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해석할 때도 쓰일 수 있는 게 바로 PDR이다. 정권 교체의 꿈과 희망이 반영됐다는 의미에서다. 지난 11월 초 제1 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줄곧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보다 10% 포인트 가량 지지율이 높게 형성돼 왔다. 응답자들이 윤 후보의 PER, PBR보다 PDR을 보고 지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보름 상간에 벌어진 야당 내부의 내홍은 PDR을 갉아 먹고 말았다. 팔순(八旬) 김종인의 아집(我執)과 이를 악용한 이립(而立) 이준석의 교활(狡猾)은 정권 교체라는 꿈을 가진 국민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45도 비딱하게 앉아 있던 이순(耳順) 홍준표의 몽니까지 끌어안는 극적 봉합을 통해 마무리는 됐지만, 정권 교체에 투자하려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서운한 마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정권 유지도 꿈이라면 그 꿈이 반영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후보 당사자뿐만 아니라 영입 1호 전 공동선대위원장을 둘러싼 '상상을 넘어서는 의혹'과 '거짓말'로 지지율이 흔들리자 실적 우선주의를 버리고 낮은 자세로 반대편의 희망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
'이재명은 한다'는 실적주의는 이미 '대장동'으로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어 수명이 다한 상태라 빠른 태세 전환이 불가피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지난 3일 찾아간 전주에선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도…"라는 용어를 '깜짝' 사용했다. '박근혜'는 아무래도 윤석열에게는 약한 고리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반대 진영을 흔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수식어로 해석된다. 그러나 촛불 흔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려 앉히고 정권까지 잡았던 세력에 투자했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서운한 마음이 들 법도 하다.
일련의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마치 우리가 NPC(Non-Player Character)인 것처럼 느껴진다. 게임 세계 속 플레이어(PC, Player Character)가 아닌, 게임 개발자가 특정 역할만 하도록 심어놓은 캐릭터인 NPC처럼 무기력한 기분을 느꼈다는 의미다.
대선판의 정치 플레이어들이 하는 행동이 보기 싫어도, 거짓말을 해도 얼굴 잠시 찌푸릴 뿐 그냥 일상을 살아간다. 게임이 리셋 되어 정치 플레이어가 또 다시 보기 싫은 행동을 하고 밥 먹듯 거짓말을 해도 입력된 값처럼 얼굴 찌푸리고 일상을 산다. 집권 세력이 4년이 넘게 해온 '부동산 거짓말', '탈원전 사기극', '대책 없는 방역 대책', '허위 검찰 개혁' 등도 하릴없이 쳐다보기만 했으니 NPC가 아니라고 항변 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 와중에 NPC의 반란을 그린 영화 '프리 가이'를 본 건 그나마 위안이다. 메타버스 세상(사실은 MMORPG)인 '프리 시티'에서 자기 결정권이 없는 NPC인 '가이'가 틀을 깨고 플레이어(PC)처럼 행동하면서 게임 개발사의 수장을 무너뜨리는 줄거리는 가볍지만 즐겁다. '블레이드 러너' 같은 정통 SF의 문제 의식인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자각을 통해 각성하는 '가이'의 모습도 유쾌하다.
"나는 유권자, 여긴 대한민국"이라는 의식 하나만 있으면 NPC '가이'처럼 우리도 반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비록 한 번의 반란을 성공한 뒤 '가이'는 다시 가상 현실 속 NPC로 돌아갔지만.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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