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中 인구는 `12억7900만`, 14억은 신화

국가통계국 발표치 딱봐도 '조작'
부풀린 인구에 기반한 부동산 개발
급격한 고령화로 경제활력 급락
중국몽, 인구감소로 더 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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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지리각각] 中 인구는 `12억7900만`, 14억은 신화


'중국인구는 12억 790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저명한 중국인구학자 이푸셴(易富賢, Yi Fuxian) 미국 위스콘신대학 매디슨캠퍼스 교수의 분석이다. 중국국가통계국이 지난 5월 발표한 중국 인구는 14억1000만명이었다. 양쪽의 차이는 최대 1억5000만명이 난다. '14억 중국'은 허상이요 주입된 신화라는 의미다. 우스갯소리로 '중국에서 양말만 팔아도 14억 켤레 아니냐'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그러나 그건 완전한 오해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기업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촉발한 부동산 버블 위기도 그 근본원인을 추적하면 중국의 인구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5일 CNN은 중국 부동산 문제를 다뤘다. CNN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 미분양 아파트가 3000만 가구에 이른다. 가구당 3명이 거주한다면 9000만 명의 인구가 살 수 있는 가구 수다. 9800만 명의 베트남 인구 전체가 살 수도 있는 규모다. 분양되고 나서 입주를 않거나 투자 목적으로 사놓은 아파트까지 합치면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1억 가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3억 명이 살 수 있는 물량이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은 결국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요가 없는데 공급을 늘리니 빈집이 늘 수밖에 없다.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매출이다. 얼마만큼 제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느냐이다. 결국 사람 수요 통계다. 통계에 근거해 시장을 예측하며 제품과 서비스 공급계획을 짠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들도 중국 정부의 통계를 믿고 아파트를 지었을 것이다. 그런데 엄청난 갭이 있었다. 통계가 잘못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중국 부동산 버블의 근저에는 잘못된, 심지어 조작된 인구통계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믿을 수 없는 중국 통계

글로벌 경제 애널리스트들한테는 중국 통계에 대한 암묵적 공감대가 있다고 한다. 긍정적 통계를 대할 때는 수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 부정적 통계는 수치가 축소됐을 가능성을 면밀히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내놓는 통계를 믿지 않고 자체적으로 추출한 통계를 갖고 있다.

앞서 이푸셴 교수의 분석은 얼마 전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보도된 내용이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인구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교수는 "중국 실제 출생률과 인구 규모는 과대 평가됐다"며 출산율을 따져보면 2019년 실제 출산 수는 통계국이 발표한 1465만명이 아니라 900만~1000만 명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2019년 실제 인구는 많아야 12억 7900만 명을 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국은 이미 인구정점을 지났다고 보고 있다. 2017년 12억 813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당국은 인구정점 시기를 2027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의 선택' 저자로 재중 한국인 중국전문가로 활동하는 이 철 씨도 블로그에서 같은 분석을 내놓는다. 중국국가통계국이 지난 5월 발표한 인구통계에서 조작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통계국은 2020년 중국 인구를 14억1178만명으로 발표했다.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8% 감소한 1200만명이었다. 2019년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인구는 14억5만명이었다. 1년 사이에 인구가 1173만명 증가한 셈이다. 그렇다면 1년 사이 사망자는 단지 27만 명뿐 이라는 얘기가 된다. 14억 인구에서 1년 사망자가 27만명 뿐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중국통계국이 매년 사망자 수가 900~1000만명이라고 밝혀온 것과도 상충된다. '눈 감고 아웅'하는 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철씨는 이푸셴 교수의 분석을 언급하며 중국 통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중국 인구는 12억 7900만명 정도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 29년 내 7억으로 줄어들 수도

얼마 전 SCMP는 중국 시안교통대 장취안바오 교수의 중국 인구 전망을 보도했다. 장 교수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제시한 현 합계출산율 1.3명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45년 후 2066년에는 중국 인구가 7억 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유엔은 2019년 출산율 1.7을 전제로 중국이 2065년에도 13억 명의 인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이미 물거품이 됐다. 중국의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서다. 장 교수는 최악의 경우 출산율을 1.0으로 계산하면 중국이 인구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는 45년 후가 아닌 29년 후인 2050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출산율은 그야말로 급전직하다. 하락 속도가 한국과 비슷한 양상이다. 작년 한국의 출산율은 0.84였다. 중국이 이보다 높다고 해도 1.0~1.3 사이일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통계국은 5월 발표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18.7%라고 발표했다. 세계 인구통계는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데, 중국은 65세 이상 인구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추정하면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15세~64세)는 이미 2013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청년층의 부양부담, 연금 및 의료비, 복지비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풍부한 인구를 기반으로 저가 대량생산체제로 성장해왔다. 이 전략이 이제 더 이상 통할 수 없게 됐다. 노동인구의 감소로 임금이 뛰고 있는 반면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이행은 더디다. ICT 등 일부 디지털경제에서 중국이 활력을 띠고 있지만 전통 제조업에서는 고도화전략이 실패하고 있다.

◇'중국몽'도 '인구대국' 신화와 함께 사라질 운명

인구가 줄어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부자가 되기 전에 늙는다'(未富先老)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제원론에 따르면 인구는 부의 부담이자 원천이다. 가장 강력한 경제력 요소 중 하나다. 적정 인구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경제는 물론 국가는 쇠락한다. 로마 멸망의 주원인 중 하나도 저출산과 인구감소였다.

1979년 개방 이후 세계는 중국에 '인구대국'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인구가 많은 것이 자부심이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중국인들은 인구대국이라는 데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그 자부심이 무너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13억 9000만명을 가진 인도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수십 년간 신앙처럼 믿어왔던 '인구 1위국' 지위가 깨진 것을 내부적으로 알고 있을 중국 공산당 정부가 통계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개인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추정한 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는 경험을 한다고 한다. 14억 인구를 상정하고 짠 매출목표가 어긋나는 것을 보고 중국의 인구통계를 믿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수치를 속이기 어려운 이동통신 가입자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각사 또는 합계에서도 최근 들어 가입자 수가 수천만 명씩 감소하고 있다. 정확한 인구통계는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서 고려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엉터리 인구통계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짜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중국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중국 공산당이 꿈꿔온 '중국몽'도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50년 중국 인구가 7억명으로 절반 줄어드는 데에 반해 미국의 인구는 오히려 현재보다 4000만 명가량 는 3억 7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구조도 중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테고 미국은 이보다 훨씬 젊은 인구구조를 유지할 것이다. 인구 장점을 완전히 상실한 중국이 과연 미국을 상대로 굴기할 수 있을까. 중국몽은 인구감소로 인해 허무하게 일장춘몽으로 변하고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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