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여부를 놓고 당정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과세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세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유예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논의 과정에서 당정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는 기재부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 아니고 입법으로 결정될 사항"이라며 "현실적으로 과세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내년도 과세를 강행할 경우,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탈세만 조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1년 유예하고, 관련 소득을 금융자산으로 분류해 세금을 인하해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가상자산 거래로 연 25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을 경우 초과분부터 20%를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을 완료했다. 해당 개정안은 같은해 연말 국회에서 통과돼 2022년부터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과세 의무를 지게 된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는 해외 거래소 간 거래나 개인간 거래 등에 대한 과세 자료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과세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1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 의원 측은 "기재부의 내년도 가상자산 과세 강행 방침은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관련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며 "가상자산에 대해 미술품 거래처럼 세금을 매기겠다는 시대착오적 판단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경제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가상자산 과세 방침은 지난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 이미 입법이 끝났다"며 "세금을 더 걷는 것 (여부를) 떠나서 과세 형평 (측면에서) 본다면 내년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가상자산 과세 방침에 대해 당내 논의를 진행 중이다. TF단장인 유동수 의원은 "가상자산을 기타자산 성격으로 볼 것인지, 금융자산 성격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