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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의 온테크] 코로나19·온난화의 ‘더블 임팩트’…와인산업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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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의 온테크] 코로나19·온난화의 ‘더블 임팩트’…와인산업에 무슨 일이?
프랑스 남부 바르에서 발생한 산불

반도체부터 철강까지 거의 모든 것의 '쇼티지 현상'이 벌어지고 물류대란으로 글로벌 무역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코로나19 시대. 여기에다 미국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까지 세계 곳곳이 온난화와 이로 인한 대형 산불을 겪으면서 '기후 역습'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글로벌 각국과 산업현장이 지속 가능성과 회복 탄력성을 고심하는 가운데 '신의 물방울'로 불리는 와인산업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코로나발 위기 비껴간 와인=와인산업은 코로나19의 공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와인은 혼술이나 홈술족의 선택을 받으면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실상 '특수'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의 호텔과 레스토랑의 영업이 제한되면서 이를 통한 와인 유통은 큰 타격을 받았다. 호텔과 레스토랑들은 매출이 50% 이상에서 많게는 90%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대신해 와인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것이 개인이다. 팬데믹 기간 중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와인이 수혜를 입은 것.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9~59세 성인 남녀 300명 가운데 2019년 술을 마시는 장소로 '집에서'를 선택한 응답자는 46.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87.3%로 급증했다. 술을 마시는 목적은 2019년 '친목(37.1%)'이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혼자서(45.2%)'가 크게 증가하며 친목을 앞섰다.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와인 통관량은 1.5리터 이하 기준으로 총 5만9422헥토리터로, 2000년 1년간 수입된 와인 중량인 6만 8170헥토리터에 버금가는 양이었다.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3.3억 달러(한화 약 3825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입량은 와인병(750ml) 기준으로 약 7300만 병에 달했다.

올해 들어 와인 수입은 더 늘어났다. 관세청 집계 결과 올해 1~7월 와인 수입액은 전년동기 대비 102.4% 증가한 3.25억 달러(한화 약 3768억원)로 이미 역대 최대였던 작년 연간 수입규모에 근접했다. 반면 홈술과 혼술족이 선호했던 맥주 수입은 2018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와인인텔리전스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와인 소모 빈도가 코로나19 기간 중 증가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도 3월 대비 호주는 15%, 스웨덴은 14%, 독일은 13%, 캐나다는 6% 가량 와인 소모 빈도가 증가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가 수혜를 입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고속 성장한 와인 시장이 부진을 겪는 유통업계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에 와인을 더 많이 마시는 이유로는 몇 가지가 꼽힌다.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내놓은 이슈 리포트(저자:최성수, 이성민)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이 산업과 문화에 미친 영향'에서 와인업계가 디지털 전환 노력을 기울이면서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고객 유치, 온라인 와인숍 개설, 온라인 시음, 와인 배송, 공동구매 서비스 등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20·30세대가 와인 소비계층으로 참여하고, 개인의 취향과 개성에 맞는 주류를 자유롭게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해석된다. 레스토랑 대신 집에서 술을 마시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가인 와인에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도 변화를 뒷받침했다.

여성들의 음주량 증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술지 중독의학저널(The Journal of Addiction Medicine)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2월과 4월에 여성들의 음주량이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둔 여성들의 음주량이 특히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슈 리포트에서 "와인 소비 계층, 즐기는 장소, 음식과의 매칭, 유통 과정, 관련 서비스 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일어났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흩어진 사람들이 뭉쳐있을 때보다 개개인의 다양성을 잘 표현하는 가운데 소주와 맥주에서 벗어나 와인을 즐기고, 집에서 요리한 한식을 와인에 페어링해 즐기는 등 다양한 생활과 문화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 위기 정통으로 맞닥뜨린 와인산업=코로나19 위기는 운 좋게 피해갔지만 기후변화는 와인산업을 정통으로 타격했다. 온난화로 포도 경작지가 줄어드는 데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포도밭과 와이너리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포도나무는 기온이 10도 미만이면 성장할 수 없고, 일반적으로 위도 30~50도 사이에서 잘 자란다. 보통 일교차가 큰 지역의 포도는 더 신선하고 풍부한 향을 가진다.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호주, 칠레 등 와인 산지들이 이런 조건을 갖췄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이들 지역을 덮쳤다. 포도는 특히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온난화로 인해 재배 가능한 품종이 달라지고 있다. 피노누아, 샤도네이 등 고급 와인 산지인 프랑스 중부 부르고뉴지역은 최근 30년간 기온이 2도 상승해 현재 프랑스 남부 지역만큼 온화한 날씨가 됐다. 보르도 와인으로 잘 알려진 보르도 지역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수준으로 기온이 높아졌다. 여기에다 비교적 추운 지역인 영국 남부와 스코틀랜드에서도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질 좋은 와인용 포도를 기를 수 있는 지역의 위도가 점차 올라가면서 와인 산지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는 것. 1977년부터 올해까지 전세계 와인용 포도 재배지역은 계속 줄어들었고, 포도 수확시기도 앞당겨졌다. 재배 지역의 감소로 프랑스는 올해 와인 생산량이 작년에 비해 24~30%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유럽의 와인 지도가 달라질 것이다. 포도 재배 가능 지역이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인 리처드 스마트 박사도 2030년을 전후해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품종 등을 재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서는 이상기후가 수시로 덮치면서 피해규모를 키우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올봄에 이상 냉해가 발생하면서 와인 포도밭들이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 봄철 대서양에 자리 잡아야 할 저기압 대신 고기압대가 형성되면서 아프리카의 더운 공기를 막고 북극의 찬 공기가 들어온 게 원인이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한낮 기온이 26℃까지 오르는 등 이상고온을 겪던 프랑스는 갑자기 기온이 영하 6~7℃까지 떨어지면서 전역의 와인 농장이 서리로 뒤덮였다. 이로 인해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의 핵심 지역인 샤블리, 최대 와인 산지인 보르도 지역 등에서 심각한 냉해 피해를 입었다. 농가들은 냉해를 피하기 위해 나무 사이사이 불을 지피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럽와인협회에 따르면 프랑스 주요 포도 재배지의 80%가 영향을 받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수확량의 최대 50%가 소실됐다.

CNN은 "프랑스 와인 생산자들이 잔인한 기후변화와 싸우고 있다. 기후변화로 포도 나무들이 더 빠르고 일찍 자라게 돼 추위에 민감해졌다. 기후변화는 수확량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다 최악의 산불도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등 포도 산지들을 덮쳤다. 프랑스 남부 지역의 경우 최근 시작된 프로방스 산불로 인해 약 73개 와이너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한 매체는 "포도원들이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냉해를 맞은 데 이어 지금은 수십 년 만에 겪는 최악의 산불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심각한 봄 서리, 여름 폭우에 이어 산불까지 재해가 이어지면서 올해 포도 수확량은 역사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놨다.

남미의 칠레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 하고 있다. 칠레 정부에 따르면 작년 칠레의 와인 생산량은 10억3300만 리터로 2019년에 비해 13.4% 감소했다. 와인 농장이 몰려 있는 산티아고를 포함한 중부 고산지대가 10년 넘게 가뭄을 겪고 있기 때문. 원인으로는 남태평양의 수온 상승이 지목됐다. 뉴질랜드 동쪽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뜨거운 공기가 바람을 타고 칠레까지 이동해 덥고 건조한 날씨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남반구의 겨울인 8월에 칠레는 기온이 37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산티아고에서 겨울에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발생한 것은 40여 년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칠레에서는 중부 지방에 집중돼 있던 포도농장들이 보다 서늘한 남쪽 지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와인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기후변화라는 심각한 위기는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집 앞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와인을 계속 사서 마시기 위해서라도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급변점)'를 늦추기 위한 행동을 당장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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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 주류 특화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쇼핑을 하고 있다. 이마트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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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주류 및 와인 수입액 추이 <자료: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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