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의 온테크] "우주식민지, 충분히 가능한 현실"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이제껏 최고의 날(best day ever)이다. 행복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고도 100㎞ 이상 우주비행에 성공한 후 던진 감탄사다.

카우보이모자와 푸른색 우주복을 입은 베이조스 의장은 이날 동생 마크 베이조스, 82살 할머니 월리 펑크, 18살 올리버 데이먼도 함께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고도 100㎞ '카르만 라인'을 돌파해 10분간의 우주여행을 한 후 지구에 무사히 안착했다. 이날 블루오리진은 인류 최초의 조종사 없는 우주비행이란 기록을 세웠다.

새로운 기록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문인 AWS(아마존웹서비스)와 블루오리진이 21일 AWS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AWS 이노베이션 데이' 행사에서 더 원대한 우주 비전을 공개했다.



◇낮아진 비용과 진입장벽…"우주산업 시대 열렸다"=아마존 CEO 직을 그만두고 블루오리진에 집중하는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생활과 우주산업 시대를 열어 지속 가능한 지구 생태계와 새로운 문명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우주여행을 상품화해 블루오리진의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은 중간과정일 뿐이다. 더 크고 더 강한 로켓에 더 많은 사람을 실어 우주로 보내고, 카르만 라인을 넘어 달, 화성, 그 너머의 우주로 인류의 활동구역을 넓히겠다는 것. 여기에는 AWS의 클라우드,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혁신 기술이 활용된다. 수십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 우주탐사 비용 덕분에 충분히 경제성 있는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판단이다.

NASA JPL(제트추진연구소)의 IT 최고기술책임자 출신인 톰 소더스톰 AWS 글로벌 공공부문 기술총괄리드는 AWS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왜 지금 우주인가. 인류와 지구를 보호하는 것보다 큰 목적은 없을 것"이라면서 "두번째 이유는 우주탐사 비용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15년 전에 비해 우주선 제작 비용은 15분의 1, 발사비용은 20분의 1로 줄었다. 발사한 우주선을 추적하기 위한 데이터 비용도 크게 낮아져, 100분의 1의 비용으로 최소 100배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의 위성에 비해 훨씬 작은 큐브위성이 보편화되면서 우주선 제조비용이 낮아지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주에서 사용 가능한 센서들이 소형화된 것이 우주로 가는 장벽을 낮췄다는 것. 데이터 다운로드 비용도 훨씬 낮아지고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나 슈퍼컴퓨터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데이터 처리 성능도 크게 향상돼, 보이저호 발사 당시에 비해 100만 배 더 높은 처리 능력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구 수자원·농작물 관측해 '지구 생태계' 지원=아마존은 낮아진 장벽을 기회로 삼아, 꿈에서 현실로 바뀐 우주산업을 키워 수자원 보호·활용, 농작물 생산성 향상 등 지구와 인류를 위한 가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기계학습, 강화형 기계학습, 딥러닝, 특정 목적용 프로세서와 데이터베이스,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등 혁신기술을 총동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비슷한 노력으로 NASA도 인도, 캐나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와 공동으로 물 관측용 인공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스왑(Swap)과 니사르(Nisar)라는 두 개의 위성을 각각 인도 우주연구기관, 캐나다·프랑스 우주국과 협력해 발사해, 지구 상의 물을 지도로 표시해 변화하는 모습을 관측하고 가뭄, 홍수를 예측할 예정이다. 우주에서 지구의 농장을 관측해 작물 생장 현황을 파악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시도도 한다.



◇우주서 산업용 소재·인공위성 직접 만든다='우주제조' 산업을 키워 인공위성, 우주거주지 등을 우주에서 직접 만드는 시대도 열릴 전망이다.

실제로 우주 인프라 벤처기업인 레드와이어는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해 고순도 광학유리 등 지구 상에서 유용한 재료를 얻거나, 우주 생활에 필요한 인공위성이나 구조물을 만드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주에서 제조하면 로켓발사나 우주로 가는 진동환경을 견디도록 제조하지 않아도 되고, 훨씬 큰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우주에만 있는 특유의 환경을 활용해 지구에서는 만들 수 없는 특수한 성질의 물질을 만들 수도 있다.

앤드루 러시 레드와이어 사장은 "아폴로 13호가 궤도에서 매우 심각한 고장을 겪은 사건은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선을 수리하는데 필요한 도구가 없었지만 주변에 있던 것들을 조립해서 우주선을 수리하고 생명지원시스템을 고쳐서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금속 가공 등 새로운 재료 실험이 이뤄지고 제조 공식에서 중력을 제거하면 어떤 새롭고 흥미로운 특성을 얻을 수 있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는 것. 또 우주비행사의 보다 안전한 임무 수행을 위해 제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레드와이어는 3D 프린터와 로봇 조립기술을 활용해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제조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이를 이용하면 지구에서 우주로 가져가기 힘든 에이커 크기의 설비와 기기를 만들 수 있다.

러시 사장은 "우주로 물건을 보내려면 킬로그램당 1만 달러가 훨씬 넘는 비용이 드는데, 우주에서 직접 만들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5년, 10년, 20년 후에는 대부분의 위성이 우주에서 제조, 수리, 조립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또 우주궤도에서 물건을 제조, 가공한 다음 지구로 가져와 활용함으로써 우리 경제 영역이 저궤도로 확장되고, 인류의 경제권이 수십 년 후에는 달과 화성, 그 너머로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계획 실현해줄 차세대 로켓 '뉴 글렌' 내년 발사

베이조스 의장의 본격적인 우주시대 개척은 이번에 타고 다녀온 뉴 셰퍼드의 후속인 뉴 글렌이 뒷받침할 전망이다. 블루오리진의 핵심 전략은 무인운전이 가능하고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를 개발해 우주 접근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아리안 코넬 블루오리진 우주여행 판매 담당 이사는 "블루오리진의 비전은 지구를 이롭게 하기 위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우주에서 살고 일하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베이조스가 타고 우주를 다녀온)뉴 셰퍼드는 우리 로드맵의 첫 단계이고,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 기술을 완성해 내년 하반기 차세대 로켓인 '뉴 글렌'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 셰퍼드와 뉴 글렌은 크기와 추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 뉴 세퍼드는 높이 20m, 약 11만 파운드의 추력을 내는 로켓엔진 하나로 구동된다. 이에 비해 뉴 글렌은 높이가 100m이고, 7개 엔진을 결합해 뉴 셰퍼드보다 35배 강한 385만 파운드의 추력을 낸다. 더 크고 강한 발사체를 이용해 인공위성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을 우주로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코넬 이사는 "뉴 글렌은 우주에서 수백만 명이 살고 일한다는 우리의 비전을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주 식민지, 충분히 가능한 미래의 현실" =지구를 이롭게 하기 위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우주에서 살고 일하게 만든다는 비전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블루오리진 측의 설명이다. 별들 사이를 탐험하거나, 다른 행성으로 가서 착륙하거나 또는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일 수도 있다는 것. 미래에는 제라드 오닐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구상한 유명한 '오닐 식민지'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밝힌다.

"회전을 통해 인공 중력이 발생하는 이 우주 식민지에는 도시, 숲, 개울, 놀이공원, 농장 등 우주에서 인간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코넬 이사는 "허황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가능한 미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안경애의 온테크] "우주식민지, 충분히 가능한 현실"
아리안 코넬 블루오리진 우주여행 판매 담당 이사가 'AWS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블루오리진의 사업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온라인 영상캡처

[안경애의 온테크] "우주식민지, 충분히 가능한 현실"
앤드루 러시 레드와이어 사장이 'AWS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우주제조 시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온라인 영상캡처

[안경애의 온테크] "우주식민지, 충분히 가능한 현실"
제라드 오닐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구상한 오닐 식민지의 가상 이미지 <출처:블루오리진>

[안경애의 온테크] "우주식민지, 충분히 가능한 현실"
블루오리진의 뉴 글렌 발사체 <출처:블루오리진>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