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한국은행이 또다시 집값 하락 경고음을 울렸다. 전국 집값이 20% 하락할 경우 가계 살림살이는 물론 실물경제까지 휘청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특히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을 내 투자)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세대들이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20일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물가에 미치는 영향 비대칭성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우리나라 경우 집값이 뛰어도 소비 증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며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씀씀이가 뚜렷하게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 같은 소비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의 통계를 활용해 집값 하락율을 산출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실질 주택매매가격지수의 1986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실질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시점은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2분기와 3분기로 각각 17.7%로 집계됐다. 한은은 이를 바탕으로 집값이 20% 하락할 경우 민간소비와 고용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낼수록 이 같은 타격이 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은행이 집값의 75%를 대출해줬을 때, 집값이 20% 하락하면 민간소비의 연간 증가율은 -4%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연간 고용자 수도 4%가량 감소했다. 주택 등에 대한 영끌과 빚투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내수 경제가 직격탄을 맞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지금과 같이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그만큼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추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큰 만큼 리스크 요인을 사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집값 하락 경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금융 불균형 현상이 코로나 19 이전 대비 더 심각해져 자칫 2008년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대내외 충격을 받으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 불균형의 누적을 두려워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 불균형은 저금리 속에서 영끌과 빚투로 폭증한 가계부채와 이로 인한 자산시장의 버블을 뜻한다. 금리를 적절하게 인상해 집값 급등세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총재는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은 늦어서도 안 되지만 서둘러서도 안 된다. 연내 인상 메시지는 시장에 전달했지만, 시작 시점은 코로나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6월 금융시장 동향은 주택 등에 대한 영끌 빚투 열풍 속에서 가계부채가 심각한 지경까지 치달았다. 정부의 대출 억제 노력에도 올해 상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41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신용대출인 기타대출도 11조3000억원 급증해 작년 같은 기간 8조4000억원보다 많았으며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2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 건수 5090건 중 3040세대의 아파트 매수 건수는 3166건으로 약 38%를 차지했다. 2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전체의 5.4%(277건)로 집계됐는데, 2019년부터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