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 침 치료 시 이동 및 행동반응 증가
간 이상으로 발병하는 우울증 인자 발현 줄여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정지연 박사 연구팀이 박지연 대전대 한의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침 치료의 우울증 개선 효능을 동물실험을 통해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또 간 지질대사 관련 이상 증상도 침 치료를 통해 회복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한의학에서 간이 정서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간주소설(간이 소통과 배설의 기능을 주관한다는 이론)'의 과학적 근거를 확립했다.
연구팀은 우울증을 유발한 실험쥐를 무처치 대조군, 진짜 침 치료를 시행한 시험군, 가짜 혈자리에 침 자극을 준 가짜 침 치료군 등 세 부류로 나눠 행동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우울증을 유발한 실험쥐에서 움직임이 줄어드는 우울증 행동증상이 나타났다.
진짜 침 치료군은 개방장 실험에서 실험쥐의 총 이동거리가 36% 증가했고, 구슬 파묻기 실험(쥐가 낯선 물체를 땅에 파묻는 쥐의 습성을 활용한 행동실험)에서 행동반응이 약 76% 느는 등 우울증 개선 효과를 보였다.
반면 가짜 침 치료군에서는 두 실험 간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침 치료의 우울증 개선과 함께 간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쥐의 체내 반응을 분석한 결과, 침 치료군에서 특이한 간 지질체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우울증으로 줄어든 불포화도가 높은 지질들이 늘어났고, 간 수치(AST)도 32% 개선됐다.
아울러, 간 지질대사로 인해 생기는 우울증 관련 염증인자 발생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이 중 전신 면역을 담당하는 비장의 염증인자는 40% 이상 큰 폭으로 줄었다.
연구팀은 침 치료가 어떻게 우울증과 간 지질대사를 동시에 개선하는지를 실험쥐의 뇌와 체내에서 발생하는 물질변화를 통해 살폈다. 그 결과, 우울증과 간 지질대사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렙틴 수용체 활성이 대조군에 비해 1.7배 증가했다.
침 치료가 렙틴 수용체 활성을 조절해 우울증 증상 개선과 간 기능 회복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한의이론인 '간주소설'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지연 한의학연 박사는 "침을 활용한 우울증 치료를 임상시험에 적용하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뇌, 행동, 염증 학회지(지난 2월 21일자)'에 실렸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한의학연은 침 치료가 우울증 개선과 함께 간기능 회복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