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7시 기준, 관련 청원글 6만 9183명 돌파…남편 “통원치료 통해 안과, 신경과 등 6가지 진료 받아야 하는 상황”
A씨는 지난 3월 12일 AZ 백신을 접종했다. 이후 그는 두통, 고열, 양안복시(시야가 좁아지는 증상) 등을 겪었고, 같은 달 31일 병원 입원 후 사지마비 증상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병명은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으로, 항체가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바이러스로 오인해 파괴하는 희귀질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병원에서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다소 호전된 상태이지만 방광 쪽 신경 등이 손상돼 현재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편 B씨는 A씨가 통원치료를 통해 안과, 신경과 등 6가지 진료에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AZ 접종 후 사지 마비가 온 간호조무사의 남편입니다'라는 제하의 청원글이 지난달 20일 게재됐다. 해당 청원글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6만 9183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청원인은 "망설이고, 또 망설였습니다. 우리 가족만의 불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만 참으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여름 소나기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라며 "그러나 백신 접종을 하고, 사망했거나 중증후유증을 앓고 계신 많은 분들. 앞으로 저와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는 수많은 국민을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라고 힘겹게 운을 뗐다.
그는 "의료인인 아내는 우선 접종 대상자라, 백신 접종을 거부할 수도, 백신을 선택할 권리도 없었습니다. AZ 백신 접종을 하고, 정부의 말만 믿고 괜찮아지겠지 하며,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했습니다"라며 "호전되기를 기다렸지만, 아내는 백신 접종 후 19일 만인 지난달 31일 사지가 마비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입원 3~4일 전부터 전조증상이 있었으나, 정부의 부작용 안내 부족으로 알아채지 못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아내는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이라는 병명을 판단 받았습니다. 담당 의사를 만나 6개월에서 1년 정도 치료와 재활을 해야 할 수 있고,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라며 "아내 치료에 신경 쓰기도 벅찬데,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치료비와 간병비 문제"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400만원씩 나오는 치료비와 간병비를 서민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기나긴 터널을 힘없는 국민이 어떻게 버텨내야 합니까?"라며 "보건소에서는 치료가 모두 끝난 다음 치료비와 간병비를 일괄 청구하라고 합니다. 심사 기간은 120일이나 걸린다고 합니다"라고 암울한 현실 상황을 언급했다.
청원인은 "질병청에서는 조사만 해가고, 이후로는 깜깜무소식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피해자를 안심시켜주는 곳은 없었습니다"라며 "질병청에 전화하면 시청 민원실로 시청 민원실에 전화하면 구청 보건소에 핑퐁을 합니다. 그 일을 일주일 정도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전화를 하면 할수록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라고 억울한 감정을 드러냈다.
청원인은 정부의 대응에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언론에 보도가 되니 정부는 '해외 사례는 있지만 인과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며 또 한 번 억장을 무너뜨렸습니다"라며 "의학자들이 풀어내지 못하는 현상을 의학지식도 없는 일반 국민이 그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까?"라고 따져물었다.
간호조무사의 남편은 "국가를 믿고, 백신을 접종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형벌뿐"이라며 "선택권도 없이 국가의 명령에 따라 백신을 맞았는데, 한순간에 건강도 잃고 막대한 치료비라는 현실적 문제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 기관들은 '천만명 중 세명이니까 접종하는 게 사회적으로 이익'이라는 식의 말로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백신 피해는 국민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은 "저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기분입니다.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안전하다', '부작용은 정부가 책임진다'라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었습니다"라며 "그 밑바탕에는 대통령님에 대한 존경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권변호사로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최소한 지켜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과연 국가가 있기는 한 것입니까?"라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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