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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범 내려온다"… 中 마을 출몰 `백두산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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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범 내려온다"… 中 마을 출몰 `백두산 호랑이`
"뭔지도 모르고 물렸어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미산(密山)시에 사는 여성 리춘샹(李春香·50) 씨는 최근 병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3일 낮 11시쯤 그는 옥수수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뭔가가 달려들었다. 이 커다란 물체는 그를 한 번 물은 후 포효(咆哮)를 내질렀다.

마침 승용차를 몰고 지나던 인근 마을 주민 쑹시궈(宋喜國) 씨가 이 장면을 보았다. 경적을 울리며 밭으로 돌진해 사고가 나지 않도록 막았다. 리 씨는 "나를 돕기위해 쑹 씨가 소리를 지른 뒤에야 비로소 눈앞에 호랑이가 있는 것을 알고 정신이 멍해졌다"고 말했다.

리 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크고 작은 상처 5곳이 확인됐다. 다행히 혈관이나 신경은 다치지 않았다. 어깨 상처 봉합수술을 한 뒤 퇴원했다. 구조에 나섰던 쑹씨는 "시속 60~70km로 운전했는데 호랑이의 속도는 시속 100km 쯤 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호랑이는 리 씨를 한번 물고는 다른 곳으로 갔다. 거기서도 사고를 쳤다. 호랑이는 인근 도로변에도 나타나 여성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를 향해 돌진했다. 이 충격으로 승용차의 옆쪽 유리창이 부서졌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호랑이는 이날 오전 7~8시께 마을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10시간 넘게 배회하다 당일 오후 9시께 마취총 5발을 맞은 뒤에야 제압됐다. 생포된 호랑이는 2~3살 정도의 수컷으로 무게는 225kg 정도였다. 이 호랑이는 동물사육번식센터로 수송됐다.

마을 주민들을 화들짝 놀라게 한 이 호랑이는 바로 '백두산 호랑이'다. 중국에선 둥베이후(東北虎), 러시아에선 아무르 호랑이, 영어로는 시베리아 타이거로 불린다. 과거에는 중국 만주, 한반도, 몽골, 시베리아에 널리 분포했다.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일부 지역에도 서식했다. 현재는 러시아 극동 연해지방, 중국 동북부 국경 주변에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백두산 호랑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고양이과 동물이다. 수컷은 몸길이가 2.5m에 몸무게는 300kg이나 나간다. 길고 강력한 뒷다리를 가지고 있어서 도약력이 매우 강하다. 오묘한 눈동자와 포효는 다른 동물들을 얼어붙게 하는 마비 효과를 일으킨다. 포효는 약 3㎞ 떨어진 곳까지 들린다고 한다. 또한 강력한 앞발 펀치와 턱근육,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자랑한다. 게다가 눈 속에서도, 울창한 삼림 속에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것이 백두산 호랑이가 세계 최강 동물인 이유다.


수명은 평균 10~20년이고 태어나서 2년이 지나면 독립한다. 매우 추운 지역을 서식처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종의 호랑이에 비해 두텁고 긴 체모를 갖고 있다. 주 먹이는 멧돼지, 사슴, 노루 등이다. 심지어 곰까지 포식한다. 먹이감 사냥 성공률은 20%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렇게 강력한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현재 백두산 호랑이의 야생 서식수는 약 500 마리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서식지 파괴, 인간들의 수렵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호랑이 한 마리 당 1000㎢의 삼림이 필요하다. 서울시 면적이 605㎢ 이니 엄청난 서식 반경이다. 그런데 벌채, 도로 건설, 농지 개간 등으로 서식에 필요한 삼림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니 당연히 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호랑이 생태보호구역 지정, 삼림 조성, 포획 엄금 등을 통해 백두산 호랑이 보호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린(吉林)성과 헤이룽장성에 걸쳐 있는 146만ha의 땅을 '호랑이·표범 국가공원'으로 지정했다. 헤이룽장성 정부는 13차 5개년 기간(2016-20년) 38만8000ha의 삼림을 새로 조성했다.

이 결과 백두산 호랑이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곳곳에서 백두산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고 있는 것은 생태환경이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르면 10년 안에 백두대간 일대에 백두산 호랑이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백두산 호랑이의 잦은 방문은 사람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람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져 사람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호랑이·표범 국가공원' 측은 다음과 같은 대처법을 소개했다. 새끼 호랑이 근처에는 얼씬하지 말라.주변에 엄마 호랑이가 있기 때문이다. 숲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안된다. 사냥감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마주쳤을 때는 큰 소리를 질러 쫓아버리고, 도망갈 때에는 등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호랑이가 먼저 인간을 덮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만약 덮친다면 90%는 인간 책임이다. 왜냐하면 호랑이는 불청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백두산 호랑이는 동물원에서 구경만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입을 벌리고 입맛 다시는 호랑이를 철창 너머로 바라보는 것이 호랑이도 좋고 인간도 좋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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