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검증 강도높게 이뤄졌다면 변수 적을 듯…다만 레임덕 없는 집권 말 국정운영엔 '글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내면서 오는 5월 초까지는 인사청문 정국이 열릴 전망이다. 그동안 29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 동의 없이 힘으로 밀어붙였던 문재인 정부이지만 지난 4·7 재보궐 선거 패배로 민심 이반이 확인되면서 '이번만큼은 협치를 꾀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합형' 김부겸 앞세워 야권 반발 줄어들 듯=문 대통령의 지난 16일 개각 인사의 면면을 보면 과거와 달리 문재인 정부가 무난한 인사청문회 통과까지 고려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총리직에는 대구·경북에 지역 기반을 둔 인사여서 '통합형'이라는 수식이 따라 붙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목됐다. 다선 중진 의원인 만큼 선거로 여러 차례 검증됐고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직 맡는 과정에서 이미 한차례 인사청문회 검증을 마쳤다. 호남 출신이면서도 중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낙연·정세균 총리보다 더 중도적인 인물을 앞세운 셈이다. 여러모로 야권의 반대 명분이 적은 후보다.
◇민주주의 4.0 대신 관료 출신 전면에=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문 대통령은 민주당 내 친문 핵심 그룹으로 꼽히는 '민주주의 4.0' 출신 정치인의 줄 입각에서 벗어나 관료 출신을 대거 기용하며 변화를 줬다. 바로 앞선 연초개각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황희 문체부장관 등이 줄줄이 야당 동의 없이 장관으로 임명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처럼 청와대에서 사실상 '보직 이동'을 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각에서는 국무조정실 출신을 2명을 발탁,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의 연속성을 꾀하면서도 행정고시 출신 관료만 4명을 뽑아 여야 간 정치공방으로 불거질 변수를 줄였다.
때문에 부처 내 '인사 정체'를 줄이는 효과와 함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회전문 인사라는 논란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비록 현직 의원은 입각시키는 관례와 달리 관료들은 인사청문회 낙마 가능성이 있어 리스크가 있지만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 부담도 함께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철저한 사전 검증을 통해 후보자를 걸러냈는지 여부가 인사청문정국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레임덕 없는 집권 말 구상엔 "글쎄…"=문 대통령이 그간 고집하던 인사스타일을 꺾고 변화를 줬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이견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레임덕 없는 안정적인 집권 말 국정운영이 가능하겠냐는 전망에는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의도대로 정국이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 등 추가개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이 있는데다 차기 대권 주자들과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는 인사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개각과 동시에 임명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경우, 확실한 친문으로 분류되지도 않지만 비문(非文)과 소통창구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해석할 수 있지만, 뒤집어 해석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 내 유력 차기 대권 주자와 대화할 수 있는 창구도 여전히 부재하다는 것이다. 실제 전임 박근혜 정부의 경우 차기 대권 주자로 불렸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특임정무장관을 기용한 적이 있다.
때문에 친문 후보가 새롭게 떠올라 여권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이를 기반으로 정권 연장 성격의 대선을 치를 수 있어야 안정적인 집권 말 국정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첨예하게 대립해온 인사가 부각 될수록 집권 말 문재인 정부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관에 대한 인사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