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에 대한 시민들의 긍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네거티브 규제를 전제로 관련 시장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벤처기업협회는 공동으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원격의료 글로벌 동향 및 한국의 대응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국민들의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도입에 따른 부작용 방지방안을 전제로 관련 규제완화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경련이 최근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긍정 의견이 62.1%로 부정의견(18.1%)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권 부회장은 "원격의료 확산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원격의료를 허용하자는 논의조차 거의 없다"며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정부안과 의원안이 각각 발의되었으나 회기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 들어서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정부와 원격의료 서비스 계약을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국기업이 국내에서는 사업기회 조차 얻지 못하고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전문가들도 원격진료 도입에 동감하면서도, 다만 사회적 합의와 정부 지원, 그리고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백남종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공급자인 의사 입장에서는 원격의료도 진료인데 의료사고의 법적 리스크가 있고 시간이 더 걸리는데도 수익성은 별로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영리화와 의료서비스 질 저하에 대한 우려의 해소, 개인정보 보호, 합리적 보험수가 등은 고려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1차 의료기관이 소외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해소하고, 현 의료시스템 내에서 적용이 가능한 부분부터 서서히 확대해 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아름 인하대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이 2018년 343억 달러에서 2026년 1857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라면서, "미국은 원격의료동등법(Telehealth Parity Law)으로 민간보험 영역에서 질병에 대한 '원격의료'와 '외래진료'에 동일한 보험수가를 적용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원격의료가 외래진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0.1%였으나,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 2020년 4월에는 14%까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중국, 싱가포르, 호주는 원격의료 도입 초기부터 영리기업이 플랫폼 개발을 주도했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후로 정부 지원이 두드러졌다"며 "반면 한국은 도입에 보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 관련 업체들도 고령화 시대를 맞아 원격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의료인에 대한 지원책과 함께 의료 데이터정보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는 "미국 재활서비스 시장은 거대한 시장규모에 비해 산업의 성숙도가 낮고 아날로그 기기를 활용한 노동집약적 치료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며 "국내 벤처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의료법 및 의료 데이터정보에 대한 규제완화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원격의료 글로벌 동향 및 한국의 대응방향'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