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마지막 한방울까지…"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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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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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마지막 한방울까지…"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최근 일본의 한류전문매체 '와우코리아'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K-주사기를 일본에 보내야 하는 이유'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의 근대화에서 일본의 공헌은 의료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100여 년 전부터 일본은 한국인의 의료를 도왔다. 한국이 일본 의료에 기여한다면 좋든 나쁘든 한일 교류의 의미가 있는 셈"이라는 내용의 기사다.

특히 일본이 과거 한국에 의료 혜택을 베풀었다고 강조하는 온갖 사례와 함께 "한국의 문 대통령이 남은 주사기를 일본에 보내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일본에 남아도는 백신을 한국에 보냈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 황당한 기사가 게재된 이후 양국간의 네티즌들 사이에서 댓글 공방은 당연히 불꽃을 피웠고 자칫 또 다른 반일운동이나 혐한의 큰 도화선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공격들이 오고 간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워낙 내용이 허무맹랑해서 그런지 몰라도, 다행히 일개 해프닝으로 폄하되며 더이상 번지지는 않았다.

일본 언론에서 이러한 억지 주장이 나온 것은 특수 주사기 부족 문제 때문으로 추론된다. 한국보다 먼저 대량의 화이자 백신 구입계약을 한 것을 자랑했던 일본이 특수 주사기 준비 실패로 화이자 백신 1병에서 5회분만 추출할 수 있는 일반 주사기를 사용해 양도 적어지고 접종 속도까지 느려지자 항간에서는 '이렇게 가다가는 전 국민이 모두 접종하는 기간이 126년 걸릴 수 있다'라는 자조적인 기사가 나올 정도로 시끌시끌하다.

반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백신계약은 다소 늦었지만 국내 업체가 개발해 'K-주사기'로 불리는 '최소 잔여형 주사기'를 통해 화이자 백신 1병에서 7회분까지 추출할 수 있으며 접종 횟수도 20% 이상 더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자원이 부족해 음식이든 뭐든 남기는 걸 금기시해왔던 일본의 자존심이 심하게 구김질 당하게 된 사건이다. 특히 반도체 등을 둘러싼 미묘한 기술 경쟁 관련 국가인 한일간에 벌어진 일이라 세간의 관심을 끌 만했다. 이렇게 코로나19 백신 주사기 이슈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 유통가에서는 이와 연관된 의미있는 제품들이 부각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후의 한방울까지 허비하지 않는다'라는 개념의 두 종류 스테디셀러 제품이 그 주인공들이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마지막 한방울까지…"
우선 첫번째로 '리필 그대로'라는 소형 장치다. 보통 샴푸와 린스 등을 다 쓰고 난 후에 리필팩을 구해서 내용물을 용기에 담아 펌프를 눌러서 끝까지 사용하더라도 결국은 용기와 리필팩 비닐 내에는 내용물이 남게 된다. 평균 잔여량이 남성이 8회 이상 샴푸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스배관 원터치 개폐에 있어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며 3대째 이어온 중견기업이 개발한 이 제품은 길이 3~4cm 길이의 펌프를 리필 팩의 단면을 잘라 꼽고 대각선 부분엔 욕실 걸이에 메달 수 있는 후크를 설치하는 간단한 도구다. 이 진공펌프를 누르면 리필 팩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싼 샴푸와 린스는 한 방울도 낭비할 수 없다는 여성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얻어 2009년 출시 이후 연간 40만 개 이상 팔리고 있다.

최후의 한 방울까지 허비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또 하나의 스테디셀러는 연어로 만든 '마지막 한 방울'이라는 생선소스다. 니가타현 이토 지역의 수산고등학교 식품연구부가 2013년 개발해 전국적 히트상품이 된 이 제품은 매년 산란을 위해 험난한 이토 지역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가공한 것이다.

상처 투성이에 지방도 고갈돼 있어서 생선으로서는 가치가 매우 떨어진 마지막 상태의 연어를 베이스로 활용해 최상의 풍미와 부드러운 맛을 내는 프리미엄 소스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자신이 태어났던 강에 돌아와 최후를 맞이하는 연어의 끝자락까지 맛을 끄집어낸 의미, 요리의 마지막에 한 숟가락 첨가하면 평소 실력 이상 업그레이드 된다는 의미 등을 담아 이 학교 고등학생이 '마지막 한 방울'로 명명했다고 한다.

'이 정도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는 일반적인 고정 관념을 뒤집으며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는 좋은 사례들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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