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이인화 그리고 정유라, 조민에 대한 단상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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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이인화 그리고 정유라, 조민에 대한 단상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그를 모른다. 그가 쓴 책은 읽었다. 광풍이 불던 2017년 초 그는 최순실 씨의 딸이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시험을 안 봤는데도 학점을 부여해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됐다. 최씨 딸이 수강 신청한 과목이 그의 수업 하나만은 아닐텐데.

그는 1년 6개월 뒤 대법원에 의해 혐의가 확정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 사이 그는 6개월을 구치소에서 보냈다. 필명을 이인화로 쓰고 있는 류철균 전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글을 썼다. 7년만이다. '2061년'. 그냥 2061년이다.

그의 글은 소설이다. 흔히 얘기하듯이 지어낸 얘기다. 물론 그럴 듯하게 지어내야 소설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영어로는 픽션(fiction). 근데 읽다 보면 사실인 것 같다. 사실을 기록한 역사 서적도 읽은 적 있다. '꺼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작가의 글이다. 작가의 시각으로 본 세계사에 대한 재해석이다. 논픽션(non-fiction)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그 이전까지는 별로 없었던,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그런데 읽고 난 뒤 시간이 지나니 픽션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신화(神話)를 거짓으로, 역사(歷史)를 참으로 규정하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단군신화를 '구라'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교육을 받았다는 얘기다. 곰, 호랑이, 마늘, 쑥이 나오는 얘기를 아무도 '사실'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란 걸 당연시했다.

한 꺼풀 벗겨보자. 기록할 문자가 없는데, 사실을 전하려면 인구에 회자될 수 있는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우선 아니겠냐고. 그렇다면 신화에는 진실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 고려 때 김부식이 기록한 '삼국사기'는 역사라는 이름 아래 사실로 여겨졌다. 다른 눈으로 한번 보자. 승자의 눈으로 본 '사실'의 기록이 '사실의 편집'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사실과 사실 사이의 빈틈이 편집점이다. 그렇다면 역사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다시 돌아와 '2061년'을 본다. 심오한 통찰을 기반으로 한 그의 픽션은 사실을 뛰어넘는다. 사실과 사실 사이의 틈에서 그는 '이도(세종대왕의 이름이다) 문자'의 본질을 쳐다보았다. 그 본질을 끄집어내 이도 문자가 미래 AI의 언어가 될 것임을 가정했다. 이 가정을 기반으로 펼치진 그의 세계가 진실되게 다가온다.

사실과 사실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이미 '용비언천가'의 프리퀄(Prequel)로 해석하기엔 아까운 '하늘꽃'이나 팔만대장경의 한 줄에서 시작된 '려인', 1997년 터키 이스탄불의 한 도서관에서 발견된 '고려인 비칙치 안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시인의 별' 등에서 발현된 바 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이인화의 천재성이 역설적이게도 6개월 구치소 독방 생활로 되살아났다는 것은 박영수 특검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라고 적기에는 안타까움이 있다.

여전히 문단에서도, 일상에서도 그를 백안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책에서 "난 이인화가 내 적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머리 열 개쯤 모아 직렬 접속을 해와도 마찬가지"라고 했을 정도다. 시간을 넘나들 상상력이 없는 철학자의 치기 어린 소리이긴 하지만, 진 전 교수의 '저항'이 크지 않아 열이 별로 나지 않았다는 점 - 직렬연결에서는 저항이 클수록 열이 많이 난다고 고교 물리 시간에 배웠다 - 은 알려주고 싶다.

최순실 씨의 딸 반경 100m 내 사람들이 모두 사법처리 되고 당사자도 대학 졸업과 고교 졸업 모두를 부정당한 것은 이제 사실로 역사에 기록됐다. 헌신적인 어머니의 노력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고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및 체험활동 확인서,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및 체험활동 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 7개를 모두 허위로 발급받아 고려대와 부산대 의대에 진학했던 조국 전 장관의 딸은 여전히 신화 속에 있다. 역사와 신화가 교차되는 지점이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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