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비상식적 비합리적 방역정책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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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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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비상식적 비합리적 방역정책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정책은 과학이다. 정책담당자는 과학적 지식과 방법을 바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여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과거의 정책 경험과 다른 나라의 사례, 전문가의 이론과 조언 등을 총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수의 대안을 찾아낸다. 이어서 비용효과의 측면과 예상되는 파급효과, 다른 정책들과의 연계 또는 영향력, 집행 및 목표달성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안들을 제시한다. 최종 정책결정자는 다양한 정치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 대안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사안이 발생하거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때는 수정과정을 거친다. 정책은 문제가 해결되어 종결될 때까지 끊임없이 수정되고 재결정된다. 이 모든 과정의 전제는 정책이 '과학'이라는 사실이다.

언뜻 한때 유행했던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떠오를지 모른다. 필자가 여기서 정책학의 기초를 소개하는 이유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이 이런 기본을 무시하고 집행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마저 잃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최근 가장 관심이 뜨거운 코로나19 방역을 통해 비과학적 정책의 폐해를 살펴보자.

작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방역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키고 전 세계에 K-방역의 우수성을 홍보할 정도로 잘된 정책이라고 자평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매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나들고, 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동부구치소에 대량 감염사태가 발생했다. 전국 요양병원의 코호트 격리는 오히려 병원 내 확산을 부추겨 수용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고 감염원을 추적하는 일이 불가능할 정도다.

조기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는 사실관계를 밝히기보다 조기 확보라는 희망을 발표하기에 급급했고 대통령이 모더나 CEO와 통화하는 모습까지 방송하며 국민을 안심시키려 했다. 한때 자랑했던 K-방역은 무너지고, 학원, 카페, 태권도장, 헬스장, 게임방,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은 집단반발을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코로나19 대유행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어 국민이 지쳤다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그보다는 정책은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기본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옳다.

3차 대유행은 정부가 경제와 방역의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면서 방역을 사실상 무너뜨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8.15를 전후의 2차 대유행의 원인이 소비쿠폰 발행이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무시하고 3차 대유행 전 각종 소비쿠폰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고, 지방자치단체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남발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확진자 수가 적은 것에 고무되어 추진된 경제활성화 정책의 결과, 많은 모임과 이동이 발생했고, 결국 현재 5인 이상 모임을 모두 금지시키는 상황을 자초함으로써 그토록 위한다는 자영업자들을 절벽으로 몰아넣었다.

5인 이하 모임 금지도 근거가 모호하다. 전국의 확진자 통계는 교회모임이나 요양병원, 교정기관 등에 집중되어 있고, 자영업 발 감염 사례는 오직 소수만 보고될 뿐이다. 4인까지는 괜찮고 5인부터는 감염위험이 갑자기 높아진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여러 명이 가서 4인 이하로 나누어 앉는 것도 안된다니 따로 가면 괜찮고 함께 가서 나누어 앉으면 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뿐만아니라 죽겠다고 아우성치면 그 분야는 제한을 완화해 주니 자영업자들에게 반발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렇게 자의적으로 기준을 바꾸거나 정책을 수정하니 신뢰는 떨어지고 저항은 높아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과학적 근거가 모호한 자의적 기준을 강요하니 정책은 설득력이 없고 정부를 불신하는 것이다. 제발 정책이 과학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라. 그것이 좋은 정책을 가능하게 하고 진정 자영업자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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