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北비핵화 얘기만 25년, 오너십 없으니 우리 문제를 국제사회가 나서"

관세 통한 압박 미국도 부담… 현지 통상정책 일부도 부정적 의견
'아메리카 퍼스트' 트럼프 정책, 바이든 정부 입장에선 나쁘지는 않아
RCEP, 중국 비중 크지만 아세안 10개국이 결국 중심적인 역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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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北비핵화 얘기만 25년, 오너십 없으니 우리 문제를 국제사회가 나서"
김종훈 前국회의원·前통상교섭본부장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종훈 前국회의원·前통상교섭본부장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많은 것 중 하나가 글로벌 밸류(상품)체인이다. 지난 30년 동안 인류는 지구를 단일시장으로 만들려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그런 차에 코로나19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최소한 반 세대 정도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글로벌 밸류 체인은 축소 또는 후진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표적 외교통상 관료이자 국회의원으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국제위원장을 지낸 김종훈 전 의원을 만나 급변하는 통상환경를 비롯한 외교 안보 이슈, 정통관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체험한 한국의 정치 문화 및 제도의 문제점 등을 들었다.

김 전 의원이 특히 강조한 점은 원칙 있는 외교와 통상전략이었다. 외교와 통상에도 힘의 논리로만 좌우되지 않는 면이 있는데, 그건 국가적 존엄(dignity)이라는 영역이다. 다음은 가치의 연대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체제 국가다. 자유민주체제의 리더십은 여전히 미국이 갖고 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핵 해결과 중국의 패권화에 대비하기 위해라도 한미 군사적 동맹의 강화는 현존하면서도 다급한 이슈라고 했다. 다음으로 김 전 의원이 강조한 것은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정치문화의 선진화다. 생산적인 행정부와 국회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제라는 도그마도 이제 진지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와 통상은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원칙을 너무 등한시 한 거 같아요. 역사적으로 볼 때 서희장군이 거란에 당당하게 대응한 것 외에 또 있습니까.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역사적으로 참 아픈 상처입니다. (…) 안보도 마찬가집니다. 안보 원칙을 고수하다가 경제가 조금 충격을 받을 순 있어요. 그런데 그건 장기적으로 보면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과제입니다. 그게 무서워 우리 원칙을 굽히면 나라 대접을 못 받습니다."

김 전 의원은 "동맹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며 "한국이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의 린치핀(linchpin 핵심축)이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동맹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보충해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버리는 욕금고종(欲擒故縱) 전략이다. 김 전 의원과의 인터뷰는 시종 심각한 질문과 웃음 사이를 오가는 자리였다. 30년 외교관 생활에서 배인 세련된 체취와 함께, 노련한 통상전략가의 시선을 접할 수 있었다.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메리어트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가졌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통상환경을 급변시킬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방이 중국과 디커플링할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디커플링은 갈라선다는 것인데요,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 가입(2001년)하고 20년 동안 세계의 공장 이야기를 들으면서 글로벌 밸류 체인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한 축을 담당했어요. 앞으론 그대로 가진 않을 거라는 거거든요. 그런데 디커플링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어도 중국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실망감 내지는 경계감이 변치 않고 지속이 될 거로 보입니다."

-바이든이 취임하면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전략을 유지할까요.

"여러 가지 형태의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봅니다. 바이든 캠프 쪽에서 조사를 했더니 저쪽(중국)도 부담을 많이 느끼지만 수입을 하는 미국업자들도 굉장히 많은 부담이 있었다는 겁니다. 관세를 통한 압박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보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가 지금 미국 통상정책 팀의 사이드에서 나오고 있거든요."

-대중압박에서 미국도 정치적 부담이 없는 게 아니군요.

"경제 외에 정치적인 부분이 있거든요. 셋 백(set back)을 하면 중국에 대한 경계심, 국민적 공감대는 올라가겠지만 결국은 미국도 불편한 점이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를 무기화로 중국 수입품에 때린 관세를 표면적으로 그대로 유지하면서 예외상품을 많이 만들어냈거든요. 미국 국내적으로도 이건 좀 봐주라 하면 어떤 절차를 거쳐 봐주고 하는 품목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런 예외품목은 숫자가 늘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관세는 유지하면서요. 그런 쪽으로 가지 않겠나 싶고요, 다시 토픽으로 돌아와, 중국하고 서방관계를 보기 전에 지구촌 전체를 보면 일단 팬데믹이 대중관계 뿐이나라 세계 모든 나라의 대외관계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흔히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대면보다는 비대면, 그래서 자꾸 '언택'으로 가고 그러다 보면 현지진출보다는 자국 생산 쪽으로 갈 거라고 봅니다."

-마스크를 예를 들어도 팬데믹 초기 미국이나 유럽은 마스크 생산시설이 없어서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각국 정부가 큰 정부로 갈 거라고요, 정부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에.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돈을 풀 겁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비대해지고 정부가 비대해지면 결국은 시장에 개입을 한다는 거지요, 여러 가지 형태로. 그러면 그게 과연 좋은 거냐, 그런데 별 수 없을 것 같아요. 팬데믹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면, 그게 싫다고 정부 역할을 하지 말라고 누가 할 수 있겠어요? 정부가 계속 개입하면 국경 조치가 더 늘어날 수 있고 그러면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축소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 봅니다. 세계화는 확대냐 축소냐 하는 기로에서 일단은 축소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계화가 축소되면 세계화의 그늘에 처했던, 가령 미국산업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산업근로자 등이 다시 빛을 보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분배 흐름의 개선이 이뤄질 거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미국은 사실은 1,2차 대전을 계기로 컸고 리더십을 발휘하게 됐는데, 두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제조업을 키웠죠, 군수품 제조업부터 시작해서. 그 전에는 미국은 엄청나게 큰 농업국가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조업으로 왕성하게 부상했다가 임금 때문에 뒤따라오는 나라에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옮아간 것이 금융이거든요. 월스트리트가 결국은 세계를 장악하지 않았습니까. 그후에 또 나타난 게 하이테크입니다. 농업, 제조업, 금융, 하이테크까지 골고루 잘 할 수 있는 나라는 없어요. 미국도 어떻게 보면 발전 단계를 건너온 거거든요. 이것 저것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예요. 그런데 정치적으로는 이쪽(제조업)의 숫자가 간단치 않으니까, 결국 살려내야지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게, 결국 장관님이 말씀하신 그 부분(제조업)을 살려내기 위한 전략인 겁니까.

"예를 들어 NAFTA(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간 북미자유무역협정)를 1994년에 빌 클린터 대통령이 체결하지 않았습니까. 나프타는 결국 멕시코라는 저임의 공장을 통해 싸게 공급 받아 소비자 후생에 맞추겠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트럼프가 들어와서 엄청 잘못됐다고 해서 확 뒤집었잖아요. 새로 만든 게 USMC(미국 멕시코 캐나다간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정)거든요. 예를 들어 자동차 같은 경우 62.5%를 역내에서 만들어라 하고 나중에는 75%까지 역내 생산을 하라고 했거든요. 그것까지는 좋은데, LVC(Labor Value Content)라는 걸 도입을 해서 3개국 안에서 관세 없이 자유롭게 무역을 하려면, 만들어내는 물건 가운데 40% 해당되는 가치는 북미지역(멕시코 제외)의 제조업 평균임금이 들어간 제품이라야 한다고 했어요. 북미 제조업 평균임금이 시간당 16달러입니다. 그런데 멕시코는 2달러 또는 3달러예요."

-결국 멕시코에서 생산을 하려면 미국 부품을 사가라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 멕시코에 투자한 GM이나 크라이슬러나 우리 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부품을 미국에서 가져와야 합니다. 그리 되면 나프타의 본질이 왕창 바뀌는 거예요. 멕시코-미국 국경지대의 공장 모습들이 확 바뀌는 겁니다. 이제 미국 쪽에서 부품이 엄청나게 넘어와야 하는 겁니다. 트럼프가 그러지 않습니까. '그게 싫으면 공장을 미국에 세워라.' 그래서 USMC가 세계화 확산세 고리가 느슨해지고 자국 생산 쪽으로 가는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USMS는 하나의 본보기지요. 지금 몬트레이에 있는 기아자동차도 그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미국 쪽에서 자동차에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엔진하고 트랜스미션을 가져와야 합니다."

-그럼 미국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지 않겠습니까.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에게 좋을 건 없다고 했지만 안 통한 거지요. 저는 궁금한 게, 민주당을 중심으로 20년을 해오던 정책을 트럼프가 엎어버린 것을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가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아마 '뭐, 이런 걸 해놓았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는 겁니다. 아직은 안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주목을 해야 합니다. 결국은 이게 미국에 나쁘지 않게 돼있다는 거거든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엄청나게 압박을 해서 만들어낸 거거든요. 과정에서는 말이 많았지만 그 결과는 '낫 배드'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이제 민주당에서는 노동 환경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노동 환경까지 맞추라는 조항까지 들어가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 다시 보자고 하겠지만, 미국에 해롭다,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USMC를 어떻게 활용해야 합니까.

"아마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을 겁니다. 머리를 싸매고 해야 하는데 다른 방법 없어요, 위(미국)에서 갖고 와야 해요.(웃음) 단, 한 가지 방법은 한미 FTA로 한국차의 미국자동차시장 수입관세가 2.5%잖아요. 차라리 LVC를 맞춰서 들어가려니 관세 물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긴 있어요. 그런데 미국이 바보가 아니거든요. USMC를 보면 '2.5% 관세로 들어와? 그려면 관세 올려' 이런 조항이 들어가 있어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최근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8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방한한 이후 두 달여 만인데요, 중국의 대한 외교가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은데요.

"왕이 방한 타이밍이 아마 미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는 때에 맞춘 걸 보면, 여러 가지 트럼프정부 때와 달리 아시아정책에서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전망을 갖고 '단속'을 하려고 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간 역사적으로 봐도 우리가 중국에 할 말을 다 못 할 때가 많았죠. 병자호란도 그렇고. 통상교섭본부장을 할 때 중국 사람들과 맞닥뜨려보면 이 사람들 인식이 '한국은 압박을 하면 통한다' '한국은 밟으면 밟힌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장관님 체험에서 갖게 된 생각일 텐데요

"그 사람들 속내를 짚어볼 만한 일을 직접 해본 것은 2000년의 마늘사태였거든요. 그 때만 해도 중국이 요즘과 같이 큰소리 칠 때가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늘도 기껏해야 1000만 달러 단위의 교역에 관한 일이었어요. 그래도 우리로서는 마늘이 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농작물이었거든요. (중국 수입량이 급증해) 마늘 값이 폭락하면서 마늘농가가 힘들었습니다. 그때 수입규제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 됐어요. 그런데 저쪽에서는 삼성전자 핸드폰, 그 당시 수출 비중이 높았던 석유화학제품을 다 막아버렸거든요. 하여튼 그렇게 막무가내 식 행동을 했지요. 최근에는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소위 'G2'로까지 부상을 했는데, 그렇다면 그 'G2'에 걸 맞는 윤리적 배경이나 도덕적인 그라운드나 아니면 자기 나름대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스탠다드를 갖췄느냐 하면 그런 것 같지가 않은 것 같아요."

-2015년 미군의 사드(THH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은 우리 국민이 결정적으로 대중국 인식을 다시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롯데가 당한 것을 보며 중국이 물론 다른 나라에도 무역보복을 하지만 왜 유독 한국에 강경하게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보다 GDP 사이즈가 훨씬 작은 노르웨이나 호주 이런 나라도 당장 중국의 보복을 하면 어렵지요, 그런데도 너무나 큰 원칙이 무너지니까 버티잖아요. 원칙을 갖고 대응을 합니다. 우리를 보면 그런 사례가 없었던 것 같아요. 중국이 우리한테 소위 힘을 보일 때 우리가 원칙을 갖고 대응했던 사례가 드물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딱 한 번 있었던 것이 서희 장군이 거란에 당당하게 대응한 것인데 벌써 몇 년 전입니까, 고려 때이니까. 근래와 들어와 그런 사례가 없다 보니까 저 사람들이 우리 보기를 아주 쉽게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선출에서 마지막 2인 후보에 올라 있습니다. 선호도 조사에서는 나이지리아 후보에 뒤쳐지지만 갑자기 10월에 미국이 유명희 본부장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선출 가능성이 있습니까.

"WTO에서 소위 컨센서스가 있었던 거 아닙니까. 그 컨센서스에 미국이 블록을 친 거거든요. 그러니까 컨센서스 '마이너스(-) 원'입니다. WTO는 표결을 안 해요. 만장일치입니다. 그런데 컨센서스 마이너스 원이 저 어디 아프리카 나라라면 별 의미가 없고 성립이 안 돼죠. 우리나라 정도도 마이너스 원이면 아마 한두 나라에서 우리를 설득하려 할 겁니다. 결국 우리가 컨센서스 블록 할 만한 힘이 없으니까 설득되는 쪽으로 가겠죠. 그런데 그 마이너스 원이 미국이면, 미국이 문제가 아니라 컨센서스가 깨집니다.(웃음) 그러니까 컨센서스라는 것은 일인일표, 일주식일표가 아니고 소위 가중치가 붙는 겁니다.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한국입장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그 컨센서스 블록이 유지돼야 유리하겠네요.

"그 컨센서스를 깨지게 만든 블록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연결될지 봐야할 겁니다. 이건 전망 차원인데, 미국이 그동안 WTO에서 사이드로 많이 밀려나 있지 않았습니까?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조금은 복원은 하려고 할 겁니다,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을 거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자주의를 복원하자는 레토릭은 분명히 나올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구체적으로 충분하게 만들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컨센서스 블록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다자주의를 복원하겠다고 하는 나라가 '그건 아니야, 나를 블록하겠어'라고 말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한 액션이기 때문에 바이든이 존중할 것 같지 않거든요."

-문재인 정부에서 유명희 본부장을 WTO 사무총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사무총장이 되면 우리에게 어떤 득이 있는 건가요.

"국가 위상은 많이 높아진다고 봐야겠지요. 반기문 UN 사무총장으로 인해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외교가 덕을 많이 봤다고 보기에는 힘들지요. 국제기구 수장이 되도 그 나라의 출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스럽고 더 공정하게 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됩니다. 직접적으로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단세포적인 것 같아요. 뭐 이런 예상도 된다는 가정 하에 하는 거니까 컨센서스 블록을 미국이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면 크게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최근 한·중·일과 아세만, 호주 뉴질랜드 15개국이 RCEP에 합의 서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RCEP이 중국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중국의존이 심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RCEP을 중국이 끌고 가느냐 하는 문제는 좀 달리 봐야야 해요. 중국이 물론 덩치가 크니까 상당한 비중을 갖고 있긴 하지만, 중국의 리더십이 지니치게 커지면 일본이 따라겠습니까? RCEP에서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는 지역은 아세안(ASEAN)이라고 봅니다. 아세안 10개국 사이엔 소위 '아세안 센트럴리티(centrality)'라는 말이 있거든요, 15개국 중에 10개국이 아세안이잖아요. 이 나라들이 결국 중심역할을 할 겁니다. 중국은 싫지 않은 척 하면서 눌러앉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이 끌고 왔다'는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중국의 비중이 큰 건 맞아요."

-인도가 빠졌습니다.

"인도는 외교적으로 착안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세우면서 중국을 견제하는데 인도를 같이 가자고 끌어당기지 않았습니까? 인도가 RCEP에 빠진 것은 미국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을 겁니다. RCEP 시장개방의 레벨이 높다고 볼 수 없어요. 아세안 나라들 내의 시장개방보다 그렇게 높지가 않아요. 우리만 봐도 아세안, 호주, 중국과 FTA를 맺었잖아요. 실은 RCEP으로 개방이 크게 높아진 건 아니에요. 이마 인도도 이 점을 보고 실익이 많지 않다고 판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미국 복귀가 유력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우리도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문제는 TPP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빠져나와버렸지요. 미국이 패착을 한 거지요. 미국이 탈퇴하면서 일본 주도로 바뀐 게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인데, 민주당 행정부에서는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팬데믹으로 풀어야 할 국내문제가 많은데 우선 순위를 갖고 복귀를 할 거냐 하면 의구심이 들어요. 트럼프 정부에서는 이 협정이 완료되기 전에 탈퇴했거든요. 바이든이 바로 들어갈 거냐 하면 시간이 좀 걸릴 거라는 거지요. 그러나 어쨌든 복귀를 할 거 같아요. RCEP이 미국을 자극하는 것도 충분하고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라는 게 있거든요. 우리도 가입을 추진해야 합니다."

<기사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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